[동아시론/강준영]한중의 사드 ‘3不1限’ 갈등… 본질은 북핵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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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익 침해’라는 中, 韓에는 생존 문제
北위협 고도화될수록 사드 선택지 명확해져
中북핵 역할 해야, 한중 협의공간도 생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다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에 노출되고 있다. 8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은 다시 사드 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언급하고 나섰고, 한국은 사드는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것으로 제3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안보 이익 침해를 계속 제기하면서 미국 전략자산의 한국 추가 유입 억제와 종국적으로는 사드 철수를 목표로 한국을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실 2017년 10월 31일 한중의 사드 합의는 공동합의문 작성도 없이 각자 협의 결과를 발표할 만큼 ‘미완성 봉인’이었다. 중국은 사드 추가 배치 불가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 등의 소위 사드 ‘3불(不)’을 한국이 합의(agreement)했다고 외교부 홈페이지에 기술하고 있으나, 한국은 중국의 입장에 유의(take a note)했다고 밝혀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상호 간 공감대는 물론 문서도 없는 전 정부의 일을 현 정부가 지키라는 중국의 주장은 사실상의 내정 간섭이다.

사드 합의는 몇 가지 점에서 단추를 잘못 끼웠다. 우선 주한미군 기지에 설치된, 미군이 운영하는, 미군의 무기인 사드에 관한 합의를 한중이 논의한 이상한 논의였다. 결정적으론 사드 배치가 미국의 중국 견제용이든, 한국의 북핵 위협 대비용이든 모두 북한의 핵 개발과 보유, 미사일 고도화 때문임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 이익과 핵심 이익을 파괴하는 행위로 반발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생존’ 문제임을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여기에 북핵은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라며 가해자인 북한을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본질 문제인 비핵화 논의가 진전이 없으면 한중이 공감대를 갖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외교장관 회담이 끝나자 중국은 갑자기 사드 운용 범위 제한을 뜻하는 ‘1한(限)’을 추가해 들고나왔다. 중국 내에서의 논의를 마치 한중 간의 협의처럼 기정사실화하면서 한국을 본격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다. 사드는 상대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기능하는 방어용 무기이므로 레이더 감시가 필수인데 이 레이더의 탐측 운용 범위를 북쪽으로만 제한하라는 요구다. 이 역시 본질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관계가 있는 것이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는 가운데 위협이 증대된다면 한국의 선택지가 많지 않음을 중국은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답보 상태인 비핵화 논의 진전을 위해 비핵화 논의 시작과 함께 사실상의 개발원조 경제협력을 진행하는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김여정을 통해 거칠게 이 구상을 거부했다. 특히 ‘비핵화’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며 핵을 ‘국체’로 명명하면서 ‘비핵화’와 ‘경제 지원’은 교환 대상이 될 수 없고 향후 남북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지금까지의 협상이 ‘핵 완성’을 위한 전략이었고, 이제는 핵보유국으로서 움직이겠다는 선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북한 안전에 관한 보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북한의 위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누가 누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어불성설이다. 남북 관계도 당분간 강 대 강의 대치가 불가피하다. 북한은 이미 중국 및 러시아와 대미 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북핵 문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 조력국인 중국의 실질적인 역할이 필요한 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만일 7차 핵실험이 벌어지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편을 들고, 미중 관계는 벌어질 수밖에 없으며 한미, 한미일 관계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한미동맹 강화를 천명했고, 북핵의 위협에 공감하면서 미국과의 조율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중국과는 북핵 문제에 관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이 점에서 한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 역시 북핵 및 비핵화 논의의 공감대 형성에 해결 고리가 숨어 있다. 양국 간의 공감대 형성과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수행되면, 중국이 우려하는 한국의 경제적 대미 경사, 즉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Chip)4’ 참여 등에도 한국적 공간이 생기게 된다. 본질을 회피하면 본말이 전도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사드#이익침해#한중 협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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