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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정은]임금피크제 소송 봇물

입력 2022-08-13 03:00업데이트 2022-08-1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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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다.” KB국민은행 직원 41명이 최근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삭감분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전현직 노조원 50여 명이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포스코는 임금피크제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고, 현대차와 삼성전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조도 소송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줄소송 움직임은 5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퇴직자인 A 씨가 “정년이 그대로 유지되는데도 임금피크제로 임금을 깎은 것은 부당하다”고 낸 소송에서 그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다.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연령 차별이라고 봤다. ‘합리성’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 근로자가 받는 불이익의 정도, 이들에 대한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각 회사가 개별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구할 여지를 열어 놓은 것이다.

▷소송을 냈거나 낼 예정인 노조들은 회사가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업무량이나 강도를 줄여주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임금 삭감 폭도 과도하다고 본다. 고령의 근로자를 퇴출시키려고 임금피크제를 악용한다는 의구심도 거두지 않고 있다. 경영계는 “노조도 합의했던 내용들”이라고 반박한다. 인력 관리의 어려움도 호소한다. 2003년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던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시행 대상자가 300명을 넘어서면서 고령 인력의 적체 문제에 직면했다.

▷임금피크제는 2016년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시행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임금은 줄어들지만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해볼 만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삭감되는 고령층 근로자의 임금으로 청년층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잖았다.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300인 이상)은 54%로 절반을 넘는다. 시행 방식과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애초에 고용노동부의 권고에 따라 각 회사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졌을 뿐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고용과 임금 체계는 고령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 100세 시대에 정년은 앞으로 더 연장될 수 있다. 일본은 65세 정년을 의무화하면서 70세까지 연장을 권고하고 있고, 미국이나 영국은 아예 정년이 없다. 성과에 따른 연봉제가 대부분이어서 굳이 임금피크제를 운영하지 않는다. 해고가 어려운 호봉제 위주의 한국에 맞는 해법은 다를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차선책이 될 수 있다면 그 기준과 이행 규정들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는 게 첫걸음일 수 있다. 노사정 협의도 필요하다. 노사가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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