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칼럼]尹 앞길 막는 구태 윤핵관과 보신주의 비서실장·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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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장했던 與가 작은 빌미만 줘도
野는 침소봉대하며 악의적 선전선동
인사 총괄한 장제원, 몸 사린 총리,
추한 당권 다툼 윤핵관… 모두 책임 느껴야

이기홍 대기자
이기홍 대기자
요즘 야당의 행태는 ‘침소봉대’의 극한을 보여준다.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부적절하다”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 정도의 비판이면 타당할 대통령실 직원 채용 논란을 국정농단,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탄핵 운운한다. 객관적 사실관계에는 눈을 감은 채 조직적으로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반지성적인 선전선동 행태다.

그런데 국민을 더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그런 질 낮은 선전선동에 빌미를 제공하는 대통령실과 여당, 그리고 기름까지 부어주는 권성동 원내대표 같은 경박한 행태다.

흔히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인사 문제를 꼽는데 보다 정교하게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장관 후보자들이 발표된 4, 5월 윤 대통령 지지율은 정호영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조금씩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6월 7~9일 조사 때 53%로 고점을 찍은 뒤 14~16일 조사에서 49%로 하강세에 들어섰다.

당시 어떤 일이 있었을까. 금감원장에 부장검사 출신을 임명했고(6월7일), “민변 도배” 발언이 있었고(8일),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갑자기 이준석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6일). 이후 지지율은 매주 2~6%씩 계속 떨어졌다.

사실 후보자 낙마 및 부실검증 논란은 전임 정부들에서 훨씬 심했고, 국민은 어떤 정권이든 인사 때마다 지도층의 한심한 실체에 한숨을 내쉬어 왔지만 그 자체로 지지를 철회하는 건 아니다.

결국은 인사권자가 국민의 실망 찻잔에 물이 넘치게 더 붓느냐, 국민 눈높이를 존중하느냐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이 너무 많이 기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수 주째 이어졌는데도 총리비서실장 국정원기조실장에 이어 금감원장까지 검찰 출신을 임명해버리는 화룡점정을 찍었고, 국민은 이를 오만으로 느낀 것이다.

이와 더불어 △비선 동반 논란 등이 빚은 주변 관리 부실과 공정 이미지의 훼손 △국민의힘 내분이 환기시킨 구태 정당 이미지 △위기 상황에 절박감이 안 느껴지는 정부 이미지가 지지율 하락 요인이다.

이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뽑는다면 장제원 권성동 의원과 김대기 비서실장, 한덕수 총리다.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선을 총괄한 장 의원, 그리고 4월 13일 일찌감치 임명됐는데도 온갖 논란거리들을 예방·통제하지 못한 김 실장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인사 논란보다 더 고약한 건 윤핵관들의 당권 빼앗기 시도다. 이준석 대표는 성상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계에서 사라지는 게 마땅하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그릇에 못 미치는 성정을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는 국민과 당원이 뽑은 대표로 임기가 1년 남아 있다. 이걸 당장 빼앗아 당권→총선 공천권→차기 대선 영향력을 쥐려는 윤핵관들과 중진들의 탐욕이 사태의 본질이다. 대선, 보선 승리로 기고만장해져 당권까지 마음대로 하려는 욕심을 낸 것이다.

그런데 막상 권성동과 장제원의 이해득실이 엇갈렸다. 윤핵관들은 당장 이준석을 내치고 장제원을 중심으로 같은 부산 출신인 안철수 또는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기존 중진을 대표로 밀어 맹주 역할을 하는 그림을 꿈꿨을 것이다. 친윤 그룹의 맏형 격인 정진석이 보선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이준석 공격에 나선 것도 그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반면 권성동은 이준석의 임기를 보장해서 원내대표로서 세력을 확장하고 내년에 당권을 노려볼 심산이었을 것이다.

이준석이 아무리 큰 의혹에 휘말려 있고 설령 자질이 부족하다해도 경찰수사가 이뤄진 다음에 결정하는 게 정도고 상식이다. 당 지도부 정상화가 정 시급하면 수사를 신속히 하도록 촉구했어야 했다.

권 원내대표는 경박한 언행으로 정권에 큰 피해를 줬다. 게다가 지역구에서는 옛 구태 정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장 의원과 권 대표는 ‘후보 윤석열’과의 인연이 아니라면 지도자급으로 인정받을 별다른 스토리가 없던 의원들이었다. 과거 YS, DJ 등의 최측근들이 야인시절 ‘주군’을 위해 숱한 옥고를 치르고 평생을 바쳤던 것에 비해 이들은 남들보다 조금 먼저 윤 후보에게 다가와서 1년 남짓 바짝 뛴 게 개국공신 공적의 전부다.

한덕수 총리는 책임총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지금까지 소신 있게 한 게 뭐가 있는지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 달 넘게 이어져온 대우조선 사태 같은 난제에 대통령이 나서기 훨씬 이전에 틀어쥐고 욕을 먹을 각오로 대책을 주도했어야 마땅했다. 김 실장과 한 총리의 현재는 나서지 않고 책임질 도전을 하지 않으려 하는 관료주의와 보신주의 처신 그 자체를 보여준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국가 방향성이나 정책 실패 같은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게 아니다. 구체적인 국정 목표와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직 부처 업무보고도 끝나지 않은 상태니 판단은 이르다.

윤 대통령은 침소봉대 공격에 발목이 잡히면서도 외교·안보와 노동·연금개혁 등에서 진로를 정상화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공영방송을 비롯해 사회 기간 부문을 정상화시키고 좌파 기득권 카르텔을 해체하는 작업도 늦출 수 없다. 윤핵관을 손절하고 내각에 도전정신을 불어넣고, 주변 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대선 때 지지자들이 위임한 개혁과제의 실천에 나서면 의외로 빠른 시간에 지지율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윤석열 대통령#구태 윤핵관#보신주의 비서실장·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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