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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특파원칼럼/김기용]교민들도 얼굴 보기 힘들었던 주중 韓대사

입력 2022-06-27 03:00업데이트 2022-06-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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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전 대사, “코로나19로 일 못했다”
팬데믹 기간 中매체 日대사 기사 더 많아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26일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며칠 전까지 주중 한국대사였던 ‘장하성’ 이름을 검색했다. 백과사전 사진 동영상 항목 등을 제외하고 중국 매체 뉴스(資訊)만 살펴봤다. 쟁점별로 추려진(按焦點排序) 기사가 총 5개 페이지 나왔다. 페이지당 기사는 10건씩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페이지에는 기사가 4건뿐이어서 총 기사 수는 44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임 직전 관행적으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이임 인사를 했다는 기사 8건을 제외하면 36건이 남는다. 장 전 대사가 중국에서 재임 기간 펼친 활동을 소개한 기사는 이 36건이 전부다. 장 전 대사는 2019년 3월 부임해 총 39개월 대사로 일했다.

똑같은 방법으로 2020년 9월 부임해 21개월째 근무 중인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대사 이름을 검색했다. 관련 기사는 총 153건이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소강상태를 보였던 지난해 11월 기사에 주목했다. 장 전 대사와 관련된 기사는 우장하오(吳江浩)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를 만났다는 내용 1건뿐이었다.

같은 기간 다루미 대사와 관련된 기사는 5건이었다. 그달 1일에는 톈진을 방문했다는 기사가 나왔고, 4일에는 남부 푸젠성 황보(黃檗)산 사찰 완푸(萬福)사를 방문해 문화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6일에는 중국 매체 신랑왕과 단독 인터뷰를 했고 13일에는 중국장애인연맹 주석을 만났으며 16일에는 중국 국가통계국장을 만나 환담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장 전 대사가 중국 유력 인사보다 한국 교민을 더 많이 챙기다 보니 중국 매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사실은 그것도 아니다. 베이징 교민 사이에서 장 전 대사는 ‘얼굴 보기 힘든 대사’로 유명하다.

야인으로 돌아간 장 전 대사 얘기를 꺼낸 것은 그가 베이징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 개운치 않아서다. 그는 홍보담당관을 통해 소셜미디어 위챗에 대신 전한 메시지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계획했던 여러 일들을 실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못 한 아쉬움이 컸던 모양이다.

하지만 외부 활동이 너무 적었던 그였기에 이 말은 핑계로 들린다. 팬데믹이라고 해서 교민들이 중국에서 삶을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도 하루하루 힘들게 버틴다. 한국 대사와 공무원들은 이들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도와야 한다. 동시에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중국인을 만나고 부단히 연구해야 한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고 지난해 이미 ‘한중 문화교류의 해’라고 선포했다. 문재인 정부 내내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가. 한국 대사가 중국과 긴장 관계인 일본 대사보다 활동이 적을 이유가 없다.

장 전 대사는 외부인을 참석시키지 않고 대사관 직원들끼리 이임식을 치렀다. 장 전 대사는 직원들에게 꽤 오래 소감을 밝혔고 직원들은 그를 위해 재임 기간 활동상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상영했다.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장 전 대사가 그들의 처우를 크게 개선해 줬고 불편함도 많이 해소했다는 이유로 그의 이임을 매우 아쉬워했다고 한다. 교민들은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던 대사가 혹시 ‘그들만의 대사’였던 것은 아닐까. 특명전권대사(대사의 정식 명칭)는 ‘대사관장’이 아닌데 말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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