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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길진균]3860명, 우리가 뽑는 지방의원 알고 계십니까

입력 2022-05-28 03:00업데이트 2022-05-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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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한 유권자도 선거 결과 제대로 몰라
무관심 속 ‘줄투표’에 지방의회는 폭주
길진균 정치부장
3750명. 4년 전인 2018년 6월 13일 우리가 뽑은 민선 7기 지방의원 수다.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이 각각 824명, 2926명이다. 직접 투표로 선출된 지역 일꾼들이지만 정작 내가 사는 곳의 지방의원이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심지어 투표는 했지만 그 결과조차 모르는 유권자가 상당수다. 4년 전 선거에서 서울시의회는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110석 가운데 102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92.7%를 가져간 셈이다. 야당은 자유한국당 6석, 바른미래당 1석, 정의당 1석에 불과했다. 경기도의원 142석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135명이 뽑혔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시의회 의장, 부의장 2명은 물론이고 11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민주당이 독식했다. 민주당 의원들로만 구성된 상임위도 생겼다. 야당은 의석수 부족으로 협상을 위한 교섭단체조차 꾸리지 못했다. 모든 의사 진행과 의결이 사실상 ‘민주당 원하는 대로’ 이뤄졌다. 경기도의회도 사정이 비슷했다.

지방의회의 ‘1당 독주’ 문제는 막연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서울시의회만 보면 110명의 시의원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을 합쳐 한 해 44조 원에 이르는 살림을 심의 및 감시한다. 1인당 평균 4000억 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셈이다.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렵다. 지방의회 선거에 대한 무관심 속에 유권자들이 첫 번째 투표용지부터 끝까지 내리 ‘줄투표’로 선택해 낳은 결과다. 2008년 출범한 민선 4기 때도 한나라당이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모두 석권하고 시의회 106석 중 102석을 차지한 사례가 있다.

‘1당 독주’ 속에선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의장 또는 위원장이 시장의 발언 중지와 퇴장을 명할 수 있고, 사과 뒤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의회 기본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로 비유하자면 국무총리가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과 언쟁을 벌였을 때 국회의장이 총리에게 퇴장을 명할 수 있고, 이후 ‘공개사과’를 한 뒤에야 다시 국회에 나올 수 있게 규정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시정질문 도중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도 퇴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오 시장은 민주당 소속 이경선 시의원이 사회주택 문제와 관련해 ‘오세훈TV’ 내용을 지적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발언 기회를 주지 않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퇴장했다. 시의회의 ‘오세훈 길들이기’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이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90%가 넘는 절대 다수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 조례안은 ‘시의회의 과도한 입법권 남용’ 비판에 휩싸였고, 올해 2월 ‘사과 명령’ 조항은 삭제된 채로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선 4기 때는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 28명이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무더기로 기소되는 등 ‘1당 독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기 일쑤였다.

해법은 있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궁극적으로 주민들의 자질에 달렸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각 가정에 배달되는 선거공보물이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경력·재산·병역·납세·전과기록 등 후보자의 개인정보를 살펴보며 도덕적 흠결은 없는지, 공복(公僕)으로서의 준비는 돼 있는지 꼼꼼히 따져 부적격 후보를 가려내면 된다.

3860명. 6월 1일 우리가 새로 뽑는 민선 8기 지방의원 수다. 좀 더 나은 인물, 좀 더 나은 지방자치의 출발은 유권자들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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