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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임금피크제 판결 혼선, 고용부는 팔짱 끼고 구경만 할 건가

입력 2022-05-28 00:00업데이트 2022-05-2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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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기존 정년을 유지하면서 고연령 직원의 임금만 일괄 삭감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위법이라고 한 대법원 판결을 놓고 기업 현장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대한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가 민간에 본격 도입된 것은 2016년 이후이고 이번 판결은 2009년 공공기관에 도입된 제도에 대한 판단이어서 기업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임금피크제는 7만6000여 개 기업에 도입됐으며, 300인 이상 기업의 52%가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제가 무력화될 경우 인건비가 늘고 그 여파가 신규 채용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일부 대기업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결이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뜻은 아니지만 기업들은 합법과 위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의 합법성을 인정받으려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판결과 관련해 그 자체가 모호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임금 삭감 시 업무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지만 삭감 폭에 맞게 업무량을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모호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줄소송’이 이어진다면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그제 “새로운 정부 지침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어제 “현장 혼란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소송으로 기업의 불안감이 커진 마당에 가이드라인 하나 못 내겠다는 건 ‘뜨거운 감자’에는 손도 대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고용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근거로 제시한 취업규칙 관련 지침은 지난 정부에서 폐기된 지 오래다. 정부는 현 상황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노사 양측에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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