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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팬데믹 이후 각광받는 ‘연결감 마케팅’[Monday HBR/이자벨 아이힝거]

이자벨 아이힝거 빈경영경제대 마케팅관리연구소 연구원| 정리=이규열 기자
입력 2022-04-18 03:00업데이트 2022-04-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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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주목받는 상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 지역과 관련이 있거나 특정 사람들이 직접 만든다는 점이다. 전통적 특색을 담았거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식품 부문을 예로 들어보자. 팬데믹 이후로 농산물 직판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늘었고 더 많은 사람이 제빵 장인이 만든 빵을 찾았다. 국내산 식재료를 고집하면서 전통적 식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온라인 수공예품 플랫폼 엣시의 전 세계 사용자는 2020년 8190만 명으로 급증했고 같은 해 엣시의 총매출액은 103억 달러에 달했다.

국제화, 디지털화, 기술과 혁신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무엇이 이런 현상을 이끌었을까. 경영학계에서는 현실과 ‘연결감(groundedness)’을 느끼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서 출발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삶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장소와 상관없이 다양한 가상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현실 세상과의 감정적 연결고리를 잃은 듯한 상실감을 토로한다.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세상과의 연결감을 원하면서 자신을 특정 장소, 사람, 그리고 과거 시점과 연결해주는 상품들을 구매하고 있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상에서 디지털화, 도시화, 국제적 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수록 더 강한 연결감을 원했다. 연결감을 강하게 원하는 응답자들은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았다. 대도시에 거주하며 팬데믹으로 자신의 삶이 크게 요동쳤다고 인식했다.

이들은 자신을 특정 장소와 사람, 과거와 연결해주는 상품을 구매하는 데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예컨대 독립 브랜드의 비누를 기성 브랜드의 비누에 비해 60% 높은 가격에 구매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독립 브랜드의 비누를 사면서 자신이 특정 대상과 함께한다는 강한 연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강한 연결감은 회복탄력성으로도 이어진다. 출신을 모르는 사과가 아니라 현지에서 수확한 사과로 사과 파이를 구울 때 불안감을 덜 느낀다는 연구도 있다. 특정 대상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어려움을 더 잘 견디게 해주는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연결감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를 공략할 수 있다. 브랜드의 기원이나 역사를 소개하는 것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을 탄생시킨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전통적 정취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기획하는 것도 좋다. 농산물 직판장처럼 유통 채널을 활용할 수도 있다. 농산물 직판장의 상품들은 인근 지역에서 난 것이다. 주로 전통적 품종을 전통적 방식으로 재배한다. 소비자들은 농산물 직판장에서 이 같은 상품을 구매하며 농부들과의 연결감을 느낀다.

오스트리아의 식료품 마트 빌라는 최근 진행한 광고에서 공급 업체인 농가를 전면에 보여줬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배경음악을 깔았고 지역 농부들과 이들이 따르는 전통을 보여줬다. 2020년 빌라의 매출 증대는 연결감을 활용한 마케팅이 강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빌라는 모기업인 레베에 속한 소매 브랜드 중에서 가장 큰 매출 증가율(6.89%)을 보였다. 빌라의 한 마케팅 관계자는 그의 소셜미디어에 “뿌리보다 사람들과 더 잘 연결되는 요인은 없다”고 밝혔다.

화장품 브랜드 러시는 연결감 마케팅의 또 다른 성공 사례다. 상품과 매장을 전통적 방식으로 디자인하거나 수제 제품을 출시하는 데서만 그치지 않는다. 러시 제품에는 상품을 만든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이 함께 인쇄돼 있다. 전직 러시 직원 한 명은 이 전략에 대해 “제품을 만든 사람과 소비자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필자들의 연구는 상품 뒤에 가려져 있던 제작자가 전면에 강조될 때 소비자의 지불 의사가 27% 올라간다는 점을 보여줬다.

팬데믹과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소비자들은 특정한 장소나 사람, 과거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싶어 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 고객들의 마음에 와 닿는 연결감을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러시(Lush)가 연결감 마케팅을 활용하는 법’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자벨 아이힝거 빈경영경제대 마케팅관리연구소 연구원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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