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쇄신 갈피 못 잡는 민주당, 국민 아닌 내부만 보기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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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당 쇄신에 대한 소명과 국민의 명령을 완수하는 데 진력하겠다”며 “비대위원장 직분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핵심인 원내대표로서 3·9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당 안팎의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전날까지 의원들과 연쇄 간담회를 열었던 윤 위원장은 “제 부족함에 대한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큰 힘을 얻었다”고도 했다.

윤 위원장의 자리 고수 방침에 따라 현 비대위 체제는 일단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반발 기류가 잦아들지는 의문이다. 당내에선 대선 패배 원인 진단부터 제각각이다. 한편에선 문재인 정부의 독선, 오만을 탓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이재명 후보의 결함 때문이라고 한다. 한 비대위원이 청와대와 민주당의 ‘나쁜 정치’를 지적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반성’을 거론하자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망언을 사과하라”며 발끈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처럼 네 탓 공방이 여전하니 당의 진로, 쇄신의 방향을 두고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닷새 뒤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출은 당내 계파 간 권력경쟁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의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입후보 절차 없이 재적 과반 추천을 받은 의원을 원내대표로 삼는 교황 선출 방식을 택했다지만 벌써부터 이재명계, 이낙연계, 정세균계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결국 지난 대선의 당내 경선 연장전으로 흐르는 셈이다.

이런 모습은 대선 결과에 수긍하지 못하는 당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0.7%포인트 차 석패를 아쉬워할 뿐 선거 내내 절반을 훌쩍 넘었던 정권교체 여론은 벌써 잊은 듯하다. 그러니 쇄신의 의지도, 그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차지한 지 불과 5년 만에 다시 내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쇄신의 출발은 반성과 책임이다. 국민의 뜻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부만 바라보는 정치로는 미래가 없다.
#민주당#윤호중#당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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