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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자기만의 사전을 만들자[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입력 2022-02-16 03:00업데이트 2022-02-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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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자기만의 사전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 온다. 삶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다. 직장인 대부분은 조직과 상사가 만들어 놓은 방향으로 길을 열심히 달리며 성장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거나 더 이상 그 길을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길을 잃은 상태가 된다. 물론 사람마다 그 시점은 다르다.

유쾌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기회가 숨겨져 있다. 바로 자기만의 사전을 만들 기회다. 자기가 만든 사전이라니 무슨 뜻일까? 예를 들어보자. 나에게 한 주를 시작하는 요일은 언제인가? 얼마 전 한 그룹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봤다. 절대 다수가 월요일을 꼽았다. 직장에서 한 주를 시작하면서 주간 회의를 하는 날이 월요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한 주의 시작은 꼭 월요일이어야 할까? 만약 내가 원하는 요일로 한 주의 시작을 정할 수 있다면 그래도 월요일일까? 실제 이런 질문을 던져본 뒤로 내 사전에서 한 주는 금요일에 시작한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면 금요일은 대다수 사람들이 좋아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기왕이면 한 주의 시작을 신나는 날로 정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정하고 나자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한 주를 돌아보는 날은 목요일, 새로운 주를 계획하는 날은 금요일이 되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목요일과 새로 시작하는 금요일 사이에 휴일이 없는 대신, 금요일에 한 주를 시작하며 하루 일한 뒤, 이틀 동안을 쉬게 된다.

작은 재미나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사전에는 이것만이 아니라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한 항목을 포함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사전에 ‘부자’란 돈의 부자와 시간 부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을 뜻한다. 돈을 버는 이유는 재정적 독립을 통해 시간의 자유를 얻기 위한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도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내 사전에서는 부자가 아닌 것이다. 남이 내가 가진 자산의 규모를 보고 부자라고 평가하든 말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남들이 정한 정의를 꼭 따라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항목인 신체적 건강을 살펴보자. 첫째, 내가 진행하는 코칭이나 워크숍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그 대가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다. 둘째, 시차가 6시간 이상 나는 곳을 무리 없이 여행하며 즐길 수 있고, 목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근력이 유지되는 상태다. 셋째,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력과 대화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청력이 유지되는 상태다. 넷째, 좋아하는 술 한 잔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즐길 수 있는 상태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치아와 소화기관이 건강한 상태다. 신체적 건강과 별도로 마음의 건강은 사전에 따로 정의해 놓았다.

자기만의 사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우선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데에 중요한 항목들을 골라낸다. 얼마 전 정약용 도서관에서 강연을 하면서 참석자들에게 각자 사전에 포함시키고 싶은 항목을 물어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항목이 나왔다. 성장, 건강, 가족, 배려, 놀이, 가능성, 교양, 행복, 반려자 찾기, 아이들, 발견, 도움, 재미 등등.

그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 그 항목이 자기 삶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왜 중요하며,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까지 그 항목과 관련된 최고의 경험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삶에서 어떤 경험을 만들어가고 싶은지를 자신의 경험과 상황 속에서 돌아보며 자기만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나간다. 사전 속의 정의는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해 나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내가 하는 코칭 사업을 ‘보다 나은 질문을 통해 고객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고 나자, 내가 어떤 방향으로 더 길을 만들어가야 할지가 명확해졌고, 중요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사전이 필요한 시점이 오지만 모든 사람이 사전을 만들지는 않는다. 남이 아닌 스스로 길을 만들고 싶다면 자기만의 사전이 필요하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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