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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설날 아침[이준식의 한시 한 수]〈145〉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01-28 03:00업데이트 2022-01-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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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 소리 속에 한 해가 저물고,/봄바람에 실린 온기 술 속으로 스며든다.

집집마다 둥근 해 밝게 떠오르자,/복숭아나무 새 부적을 낡은 것과 바꿔 단다.

(爆竹聲中一歲除, 春風送暖入屠蘇. 千門萬戶동동日, 總把新桃換舊符.)

―‘정월 초하루(원일·元日)’ 왕안석(王安石·1021∼1086)

섣달그믐과 정월 초하루의 경계, 폭죽을 터뜨리고 새 술을 마신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속으로 훈훈한 봄기운을 들이켠다. 날 밝기가 무섭게 입춘첩(立春帖)을 붙이고 새해 행운을 염원한다. 우리는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따스한 봄빛 속에 경사가 넘쳐나리라)을 주로 써 붙이고, 중국은 재운(財運)과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7자로 된 붉은색 대련(對聯)을 많이 쓴다. 하나같이 소원과 희망을 담은 간절한 메시지다. 종이 사용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입춘첩 대신 귀신 형상을 그린 복숭아나무 판자를 대문에 매달았다. 악귀를 쫓는 부적인 셈이다. 현대인에게는 점차 잊혀가는 입춘첩. ‘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송수권)라거나, ‘희망하는 기쁨, 새해 첫날이 주는 선물입니다’(홍수희) 등의 시구를 저마다 맘속 부적으로 매달 수밖에.

정치가로서 낡은 정치에 대한 개혁 의지가 남달랐던 왕안석. 그는 신법을 내세우며 적폐 청산에 나섰지만 반대 세력의 저항과 새로운 폐해가 속출하면서 개혁은 실패로 돌아갔다. ‘가마 안 타고 첩 들이지 않고 유산 안 남긴 유일한 재상’이라는 명성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평생 청렴과 강직함을 유지했던 강골이었다. 이런 배경 때문일까. 시는 단순히 새해맞이의 생동감과 희망을 표현한 듯하면서도, 왠지 시인이 혁신의 기치를 내세우며 ‘집집마다’ 낡은 것을 과감하게 개혁하자고 호소하는 듯도 싶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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