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는 영국 맨체스터 외곽 지역에서 가난한 페인트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운 환경에서 맨체스터대를 졸업하고 장학금을 받아 미국의 예일대로 유학을 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로저스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졸업 후 1964년에 ‘팀4’라는 설계사무소를 열고 동업을 시작한다. 그 당시 런던 외곽에 자연친화적이며 현대적인 재료를 활용한 ‘재프 하우스(jaffe house)’라는 집 등을 설계하며 ‘새로운 건축’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게 된다.
지금이야 그 위상이 많이 약해졌지만, 영국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제국이었다. 그들은 한때 바다를 제패하고 대륙에 식민지를 경영했고 산업혁명을 이뤄내며 근대를 열었다. 지금까지도 문화적인 역량으로 전 세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또한 혁신을 주도한다. 건축 분야에서도 영국은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AA스쿨(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건축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저스와 포스터는 그 중심에서 활동했으며 현대 건축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에 있다.
포스터는 로저스와의 동업을 끝내고 1967년에 부인인 웬디와 ‘포스터 어소시에이츠’라는 설계사무소를 만든다. 그리고 몇 개의 주목할 만한 건물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중 홍콩상하이은행은 본격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해준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1985년 완공된 시점에서 단일 건물로는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간 건물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홍콩상하이은행은 외곽으로 배치된 코어와 메가 칼럼으로 기둥이 없는 시원한 내부 공간을 만들면서 시작한다. 빠져나간 코어와 메가 칼럼은 건물의 외관이 되며 구조적이며 미래적인 건물의 인상을 만든다. 마치 근대 초기에 활동하던 러시아 구성주의 혹은 미래파 건축의 회화를 보는 것 같다.
그런 건축운동의 주된 관심 사항이 건축의 역동성이었다. 건축이라는 정지된 3차원에 운동성과 생명체와 같은 유기성을 추구했던 것은 현대로 들어서며 대두된 새로운 개념이다. 그러나 무거운 건축이 그런 운동성과 유기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느낌은 저층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1층은 양쪽 끝단에 있는 코어 외에는 텅 비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2층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만 덩그러니 있다. 건물이 길을 막지 않고 개방되어 외부의 사람들에게도 흐름을 허용하고, 사선으로 놓여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건물로 진입하는 개방성과 운동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포스터가 추구했던 것은 단지 현대적인 반짝이는 재료와 기계가 드러나는 그런 일차원적인 건축의 표현적인 속성이 아니라, 움직이는 기관과도 같고 살아있는 유기체와도 같은 건축의 역동성이었다.
그는 단지 구조나 형태적 적용뿐만 아니라 태양과 빛과 같은 자연의 요소를 건축으로 받아들이고 소통하게 만드는 장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과 적용을 하고 있다. 최근 진행한 도넛 형태의 ‘애플 파크(Apple Park)’ 역시 그런 관심의 연장선에 있다. 포스터는 건축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일관되게 역동적이며 친환경적인, 이를테면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은 유기적인 건축을 당대의 기술로 풀어내는 혁신적인 건축을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