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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나를 인터뷰하자[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입력 2021-12-22 03:00업데이트 2021-12-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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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인터뷰를 한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조사 담당자를 고용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팀원을 뽑을 때 때로는 한 번의 인터뷰만으로는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몇 차례 더 인터뷰를 하거나 동료에게도 인터뷰를 부탁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직원들이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조직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부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중요한 의사 결정을 앞두고 무엇인가를 깊이 이해하고 싶을 때 인터뷰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나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진학을 앞둔 청소년 고민을 인용한 것이 아니다. 30, 40대 직장인들 중에서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질문을 연말쯤이면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직을 해야 할지, 창업을 해야 할지, 무엇인가 새로 배워야 할 것인지 등 고민을 한다. 이런 질문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공통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때가 인터뷰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와의 인터뷰 말이다. 좋은 인터뷰에는 짧지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 있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를 이해하고자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 강연을 듣는 것이 아니라 노트를 펴고 내가 나와의 인터뷰에서 물어야 할 질문이 무엇인지를 적는 것이다.

일간지 기자로 25년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영국의 작은 마을에 들어가 전업 작가가 된 세라 본 브래넉은 매일 2, 3쪽씩 생각해볼 질문과 생각들을 적어 나갔다. 이 기록들이 ‘행복의 발견 365’라는 책으로 발전했고, 무려 700만 부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변화를 원한다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조언하면서 “얼마나 자주 당신은 그저 묻는 것이 두렵다는 이유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온갖 질문들을 가슴에 묻어둔 채 외면했는가?”라고 묻는다. 나 자신과의 인터뷰 질문지에는 그렇게 ‘묻어둔’ 질문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그 작업은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다.

이런 질문들을 끄집어내고,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은 쉽거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본 브래넉이 던지는 질문 “당신은 남은 인생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혹은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꿈이 있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고 나면 머리가 멍해지거나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하지만 질문을 피하게 되면 내 마음속 욕망을 이해하는 작업도 물 건너가게 된다. 이 질문들을 붙잡고 몇 개월에서 몇 년을 묻고 또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시장에서 몇 년 판매할 제품을 위해서도 수많은 인터뷰를 하는데,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내 삶을 위해 어떻게 한두 번의 인터뷰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전문가의 상담이나 진단 도구 등을 활용하여 자신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과의 깊이 있는 대화 없이 남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없다.

이번 달 ‘밑미’라는 커뮤니티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얻었다. 온라인 캘린더에 매일 오후 9시면 내게 중요한 질문을 저장해 놓아서 자연스럽게 매일 저녁 그 질문을 마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질문이 자동으로 떴는데, 나의 질문은 “왓 두유 원트(what do you want)?”이다. 하루하루 내가 원하는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내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나에게 던져야 하는 물음이 담긴 질문지, 그리고 물음과 마주하여 스스로 답변해 보는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답변하며 떠오른 생각들이 날아가지 않고 축적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연결될 수 있는 기록.

“고민도 많이 하고 노력하는데 잘 찾아지지 않아요….” 혹시 나는 외부 강연이나 책 등에서만 답을 구하려 하지 않았는지? 질문, 시간, 기록이라는 세 가지 도구를 갖고 나를 인터뷰해보자. 연말이다. 나를 위한 인터뷰 질문지 만들기에 딱 좋은 때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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