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진석]교도소 유치 나선 지자체

허진석 논설위원 입력 2021-11-26 03:00수정 2021-11-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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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강원 태백시에는 교도소 건립을 환영한다는 현수막 150여 장이 한꺼번에 걸렸다. 태백시 교도소 건립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된 것을 축하한 것이다. 전북 남원시는 같은 달 법무부와 교도소 건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기피시설의 대명사였던 교도소를 유치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급속한 인구감소로 지역 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태백시는 1980년대 광산 경기가 괜찮을 때만 해도 인구가 13만 명에 달했다. 지금은 4만2000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많을 때는 50곳이나 되던 광업소가 지금은 1곳뿐이다. 이마저도 친환경 에너지를 선호하는 추세 때문에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류태호 태백시장은 “뭐라도 해야 살아남는다고 할 정도로 시민들의 마음은 절박하다”고 말했다.

▷남원시의 경우 2015년 교도소 유치 논란이 있을 때만 해도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2차 추진 때는 달랐다. 읍면동을 상대로 교도소 유치 의사를 물었더니 4곳이 부지 제공 의사를 밝혔다. 남원시 인구는 올해 7월 처음 8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남원시 관계자는 “인구 감소 추세와 지역 경기 침체 등이 교도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태백시와 남원시에는 2026년에 교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태백시 교도소는 직원 500명, 재소자 1500명 규모이고, 남원시는 직원 200명, 재소자 500명 규모다. 교정 공무원 등이 유입되면 줄기만 하던 인구가 모처럼 늘게 된다. 시설 관리나 조리 분야에서 지역 주민의 채용도 예상된다. 지자체들은 면회객들이 오가면서 숙박 교통 음식 관련 업종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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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유치 효과를 먼저 체감한 곳은 경북 청송군이다. 이미 4개의 교도소가 있는데도 추가로 여자교도소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올해 3월 윤경희 청송군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청송을 찾았을 때 여자교도소 신설과 교도관 비상대기 숙소, 법무부 연수원 유치를 건의했다. 도로를 신설해 주고 인허가 절차도 빨리 제공하겠다는 인센티브까지 제시했다. 인구 2만5000여 명인 청송군의 경우 전국에서 찾아오는 면회객이 지역 상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소멸에 처한 지자체는 올해 89곳에 달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매년 1조 원씩 기금을 마련해 10년간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예산이나 기금과는 별도로 교도소와 같이 지역 유동인구를 늘리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이 없는지 더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지자체#교도소 유치#태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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