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임원[횡설수설/이은우]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11-20 03:00수정 2021-11-20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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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00대 기업에서 임원이 되면 일반 직원의 4배가 넘는 평균 3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주요 임원은 자동차와 개인 사무실을 제공받고, 비서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예전엔 운전기사가 집에서 회사 주차장까지 모시고 다녀서 비 오는 날에 우산을 들고 다닐 일도 없었다. 임원보다 더 귀한 등기임원이 되면 처우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는 게 임원의 세계다. 다만 연말 인사가 발표되면 언제든 짐을 싸야 하는 자리란 점 때문에 임원은 ‘임시 직원의 줄임말’이란 자조적 표현도 있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기까지 평균 23년 걸린다. 임원 평균 나이는 52세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40대에 대기업 임원이 되는 건 신문에 기사로 실리는 사안이었다. 오너 일가이거나, 특별히 외부에서 모셔온 인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대기업의 인재 유치 경쟁으로 10년 전 임원 4명 중 1명까지 늘었던 40대 임원 비율이 올해엔 6명 중 1명으로 뚝 떨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작은 사업부를 정리하면서 임원 자리가 줄어든 탓이다. 기존 임원을 내보내는 마당에 40대 임원을 발탁하기는 쉽지 않다. 몇 년 사이 대기업들은 임원 직급을 간략하게 줄이면서 제일 아래 임원 직급인 ‘상무보’ 등을 없앴다. 그 바람에 40대 임원이 나오기는 더 어려워졌다.

▷‘샐러리맨의 별’을 빨리 달기 어려워졌는데도 불만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40대 임원 감소에 당장 영향을 받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직장생활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임원이 되지 못하는 걸 ‘인생의 실패’로 여기지 않는다. 일반 직원보다 훨씬 많이 일하고, 실적 부담에 시달리는 임원 자리를 좋게만 보지 않는다. 최근 대기업에서는 50대 부장들이 임원 승진에서 계속 누락됐다고 해서 알아서 옷을 벗는 관행도 약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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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구직업체 ‘사람인’이 청년 1865명에게 직장 선택 기준을 물었더니 연봉(33%) 다음이 ‘워라밸’(일과 개인 삶의 균형·23%)이었다. 일부는 ‘만년 대리’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봉제, 실적 평가의 스트레스를 받느니 과장이 안 돼도 좋다는 것이다. 월급만으로 ‘내 집 마련’조차 어려운 시절이다 보니 승진보다 자산 투자할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직장인도 많다.

▷회사로서는 열심히 일한 직원에 대한 보상으로 임원 승진 카드만 내밀 수는 없게 됐다. 젊은 세대는 개인 생활을 손해 보지 않으면서도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대가를 원한다. 이들에게 맞춘 새로운 인사·보상체계가 필요하다. 달라진 시대, 바뀐 사람들의 역량을 이끌어낼 묘수를 찾아내는 게 이 시대 기업의 경쟁력이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40대 임원#성과#새로운 인사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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