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대란 피했지만 ‘코로나 피로’ 방치했다간 파국 올 수도

동아일보 입력 2021-09-03 00:00수정 2021-09-0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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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건노조 ‘마지막 협상’ 1일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 민노총 보건의료노조의 13차 노정 실무협의 시작에 앞서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뒷줄 왼쪽)이 노조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양측은 총파업 5시간가량을 앞둔 2일 새벽에 극적으로 교섭을 타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보건의료 인력 3만90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총파업이 철회됐다. 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당초 예고했던 파업을 불과 5시간 남기고 어제 새벽 정부와 파업 철회에 합의했다. 두 달 가까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네 자릿수인 위기 상황에서 심각한 의료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와의 오랜 싸움으로 인한 누적 피로를 시급히 해소해야만 의료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의료노조가 당초 9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던 것은 지난해 1월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 장기화로 의료 현장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다. 70여 명의 환자를 단 두 명의 간호사가 돌보는 일도 발생하니 번아웃(소진)을 호소하며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를 법으로 정해달라고 한 것이다. 병상도 부족하다. 1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 935곳의 코로나 중증환자 전담 병상 중 입원이 가능한 병상은 399개(42.7%). 대전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단 한 곳도 없고 경북과 세종은 2개씩만 남아 있다.

정부와 보건의료노조 간의 합의로 파업은 피했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이제부터다. 코로나 중증도별 간호사 배치기준을 이달까지, 세부 실행방안은 10월까지 마련해야 한다. 생명안전수당으로 불리는 감염병 대응인력 지원금도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하고 예산을 확보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일정이다. 2025년까지 70여 개 중(中)진료권마다 책임 의료기관을 한 개 이상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 국회 심의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논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노조와의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데 최대한 속도를 내야 한다.

파업의 불씨는 여전히 있다. 22개 쟁점 중 간호사 처우 개선 등 5개 쟁점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만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합의문 이행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경우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중증 환자 관리 중심의 ‘위드 코로나’ 방역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의료진의 과부하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이런 위기가 언제 또다시 닥칠지 모른다. 우리에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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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총파업 철회#코로나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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