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진출 출발점 될 누리호 발사[기고/안재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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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고도 500km의 지구 궤도를 도는 관측위성 궤도 속도는 시속 2만7385km이다. KTX의 최대 속도가 시속 300km이니 위성은 KTX의 90배에 해당하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셈이다. 위성이 높은 고도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를 제공하고, 열과 진동으로부터 위성을 안전하게 보호하여 정확하게 최종 궤도에 투입시키는 것이 우주 발사체가 하는 일이다.

이런 임무를 해내기 위해 로켓 과학자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극한의 성능을 추구한다. 엔진은 적은 연료로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고효율로 만들어야 하고, 구조물은 그보다 열 배가량 무거운 연료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도 튼튼하게 제작해야 하며, 매우 정밀하게 발사체를 제어해야 한다. 우주 발사체 개발은 이렇게 어렵기 때문에 미국, 러시아, 프랑스를 비롯한 소수 나라들만이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2013년 1월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며 인공위성, 발사체, 그리고 발사장을 모두 갖춘 나라가 되었다. 세계 11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이라고 불리는 국가 반열에 올랐다. 총 2단으로 이루어진 나로호 1단 엔진은 러시아 도움을 받았음에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두 번 실패를 딛고 세 번째 도전에서야 얻은 귀한 성공이었기에 더 컸던 그 감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올해 10월에 우리나라는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 발사체인 누리호 발사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누리호는 12년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자체 기술로 만든 3단 우주 발사체로, 1.5t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다. 누리호 개발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75t급 액체추진로켓 엔진을 확보해 우주 분야 강국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 특히 우주 발사체 핵심 기술 중 많은 부분은 국가안보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 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어려움을 우리 연구자들의 창의력과 노력으로 극복했다는 큰 의미가 있다.

올해 가을 발사 이후 내년 5월 재발사와 향후 네 차례 추가 발사를 거치면 누리호 발사체 신뢰성을 높이고 국내 산업 저변을 확대할 것이다. 누리호 프로그램으로 확보한 기술을 발전시키면 2030년에 계획된 달착륙선뿐 아니라 소행성, 그리고 화성 탐사선까지 독자적으로 발사할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혁신적인 국내 우주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점은 우리 기술로 만든 우수한 발사체를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발사체 개발 역사를 살펴보면 최초 발사체의 성공률은 30%가 채 되지 못한다. 세계 우주발사체 시장을 선도하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도 네 번째 시도에서 초기 팰컨 발사체 비행에 성공했다.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을 기원하며, 참여 연구진에게 응원을 보낸다. 올해 가을 첫 비행에서 우리 연구진이 30%의 확률과 겨루어 이기기를 소망한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우리 기술#우주 발사체#누리호#우주 진출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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