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과 성취 사이, 30대의 이직 고민[2030세상/김소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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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2021년 6월 현재까지 내게 이직 고민을 상담한 또래 친구가 네 명째다. 내가 이직 경험이 많아 보이나 보다. 회사원 10년 차인 지금 네 번째 회사에 다니는 중이니 이직이 조금 잦긴 했다. “요즘 2030은 역시 끈기가 없군”이라고 보는 분도 계실 수 있고,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양한 회사 경험 덕에 이직 상담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네 명은 거의 비슷하다. 나이는 30대 초중반, 사회생활 연차도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인지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마저 비슷했다. 이들에게는 비슷한 위기감이 있었다. 지금이 삶의 방향을 크게 바꿀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10년을 채웠으니 이젠…” 같은 말이 대화에서 자주 나왔다.

“신입 때 보던 30대 중반 선배들과 지금 우리 역할은 다른 것 같아요.” S는 업계 1위 회사에 다니는데도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고민을 회사 선배에게 털어놓자 “10년 차는 일선에서 열심히 할 나이가 아니니 그런 느낌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회사 조직이 변하고 있다. 기업들은 공채를 없애고 신입을 뽑지 않는 추세다. 기업문화도 수평적으로 변하고 있으니 연차가 낮은 경력직은 후배라 하기도 애매하다. 예전의 30대 중반이 조직 중간관리자였다면 요즘은 실무자에 가깝다. 일선에서 열심히 할 나이가 아닌데 신입 때 했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으니 일이 지루해졌다 해도 이해가 간다.

좋은 회사의 기준도 변했다. 예전에는 유명하고 연봉이 높고 안 잘리는 회사였다. 즉, 대기업이 좋은 회사의 기준에 부합했다. 대형 스타트업이 등장하며 이 공식이 깨졌다. “지금 같은 시대에 나만 너무 오래된 회사에 다니는 것 같았어. 뒤처지는 느낌도 들고 어딘가 멋도 없고.” 대기업 사원 P의 말에서도 이런 세태가 드러난다. 그는 결국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정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도 고민이다. 초과근무가 불가능해진 회사도 많다. 근무 시간에 아무리 집중해도 삶에서 일의 비중이 작아질 수밖에. 저녁이 있는 삶을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인생을 걸고 싶은데 걸 곳이 없어요. 예전처럼 일을 안 하니까.” S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30대들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워라밸이 맞는 삶을 살아야 할까? 일의 성취를 추구해야 할까? 성취를 추구한다면 조직 안에서 할까, 아니면 밖에서 개인 활동을 할까? “강연이나 기고를 하고 싶어. 그러려면 내가 돋보일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광고회사에 다니는 C는 높은 직급을 보장하는 작은 회사로 이직을 고민 중이다.

30대들의 지금 생각과 달리 앞으로도 인생의 방향을 틀 기회가 종종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다. 그러니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2030은 워라밸을 가장 중시한다’보다는 조금 복잡한 마음이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선택에 따라 40대 이후 삶의 모습은 매우 달라질 것 같다.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워라밸#성취#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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