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더 힘들게 하는 여섯 가지 부모 유형[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1-05-19 03:00수정 2021-05-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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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사춘기를 숨 막히게 만드는 부모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부모들은 아이가 사춘기라 힘들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 때문에 사춘기가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사춘기를 힘들게 만드는 여섯 가지 부모 유형이 있다.

첫째, 아이를 무서워하는 부모다. 사춘기 아이들은 다소 공격적이고 극단적일 때가 있다. 이런 아이가 부모한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될까 봐, 내가 이 아이한테 부모로서 보지 말아야 할 꼴을 보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아이가 가출해 버리거나 더 문제가 생길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아이한테 할 말을 제대로 못 한다. 아이와의 갈등 상황을 직면하지도 못하고 아이한테 쩔쩔맨다. 무서운 부모도 아이에게 안 좋지만, 자식을 무서워하는 부모도 너무 안 좋다.

둘째, 도덕적인 지침을 못 주는 부모이다. 늘 너무 뻔뻔한 사람들이다. 학교에서 아이가 친구를 때렸다는 전화가 와도 “애가 좀 그럴 수 있지”,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올라와서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 상황인데도 “그럼, 날아다닐까? 당신은 날아다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항상 본인의 문제에는 ‘좀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한다. 이런 부모들에게서 아이는 사회의 기본적인 틀을 못 배운다. 아이는 자신의 잘못에도 “엄마가 그러니까 내가 이러잖아”라고 말하게 된다. 문제 앞에서는 큰소리 치고 무조건 버티는 것이다.

셋째는 불안한 부모다. 불안한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자기 불안을 낮추는 데만 몰두한다. 그것이 때로는 자신을 힘들게 하고 타인을 힘들게 한다. 아이가 좀 걱정된다. 그러면 내가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 아이가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닦달하고 확인하고 추적한다. 과잉 통제를 한다. 그러다 보니 매일 아이에게 화내고 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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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는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부모다. 쉽게 욱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쉽게 감정이 극대화된다. 작은 것에서 시작했다가 중간에 감정이 갑자기 증폭되어 나중에는 화를 버럭 내고 있다. 보통 출발은 별거 아니다. “너 연필도 안 깎아놨어?”로 시작해 “전쟁에 나가는 사람이 총을 안 들고 가서 되겠느냐, 자세가 안 되었다, 네가 제대로 하는 것을 못 봤다, 너는 뭘 할 때마다 내 말을 안 듣더라, 네가 언제 내 말을 고분고분 들어준 적이 있느냐, 네 아빠(엄마)랑 똑같다, 내가 죽어야 이 꼴을 안 보지”로 끝난다. 이런 사람들은 극대화된 감정을 확 쏟아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린다. 극대화되니까 그 양이 너무 커져서 쏟아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

다섯째는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부모다. 경제적인 이유로 그렇다면 아이들도 이해한다. 하지만 본인의 유흥을 위해서나 혹은 다른 사람들을 챙기느라 가정은 챙기지 않는다. 이런 부모의 중심은 아이가 아니다. 아이도 그것을 안다.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려면 그래도 그 전에, 아니 지금 현재 그만큼의 사랑과 관심을 주고 있어야 한다. 부모가 생각하기에가 아니라 아이가 느끼기에 시간이든 마음이든 확실히 투자하고 있어야 한다.

여섯째는 무능력한 부모다. 소득의 많고 적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삶을 열심히 살지 않는 것, 최선을 다해서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부모를 보고 있다. 나름대로 부모의 옳고 그름을 계속 판단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갈등 상황일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를 아이는 보고 배운다.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아이와 극렬하게 부딪친다면,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면이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내 생각이 옳다고 아이에게 지나치게 강요하는 경향이 있는가? 내가 아이를 정말 믿어주는가? 내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나의 불안이 심한 편은 아닌가? 나는 아이에게 시간과 관심을 충분히 할애하고 있는가? 내가 감정적으로 욱하는 편인가? 내가 혹시 아이를 겁내고 있지는 않은가? 내 행동이 아이에게 잘못된 도덕적 지침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서너 개 정도에 해당한다면 자신을 돌아보며 치열하게 고쳐가야 한다. 거의 대부분에 해당한다면 꼭 전문가를 만나봤으면 한다. 내 안에 해결되지 못한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 문제는 나를 넘어서 아이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사춘기 아이에게 일어나는 문제는, 비단 아이에게서 기인한 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사춘기#부모유형#힘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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