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 기업 활력 위해 재검토할 때다

동아일보 입력 2021-05-04 00:00수정 2021-05-0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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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상속 절차를 밟아야 할 상위 19개 그룹 총수의 지분 26조 원어치를 물려줄 때 가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가 15조 원이나 된다는 추산이 나왔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을 이어받는 자녀들 역시 유산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여 부과하는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다.

과중한 상속세를 고쳐야 한다는 데에는 경제계뿐 아니라 정부 안에도 상당한 공감대가 있다.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이고, 미국(40%) 프랑스(45%) 독일(30%)보다 크게 높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상속에 20%를 할증하는 제도 때문에 실제 최고세율은 60%다.

이런 상황에선 규모에 관계없이 기업을 물려받을 때 경영권이 위태롭게 된다. 상속세 때문에 회사를 판 손톱깎이 세계 1위 업체 쓰리쎄븐, 1000억 원 넘는 세금 탓에 자녀들이 지분을 농협경제지주에 넘긴 국내 1위 종자기술기업 농우바이오 등 승계를 포기한 곳도 있었다. 과중한 세금 부담 때문에 상속세 없는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려는 중소·중견기업도 있다.

한때 70%까지 상속세를 물리던 스웨덴이 2005년 상속세를 폐지한 건 이케아 등 주요 기업의 해외 탈출 움직임 때문이었다. OECD 회원국 중 13개국이 같은 이유로 상속세를 없앴다. 해외로 나가는 대신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고, 법인세 소득세를 더 내는 게 국가적 이득이란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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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은 10년 내 승계가 필요한데 이 중에서 가업상속 공제요건을 갖춰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곳은 27%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근엔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자국 내 생산시설 유치를 강조하면서 우리 기업의 해외 이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속세율의 조정, 장기분납, 물납 등 납부 방식 다양화, 중소·중견기업 가업상속 활성화 등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상속세#기업 활력#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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