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재욱]집단면역 형성 지연의 불편한 진실

최재욱 객원논설위원·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입력 2021-04-06 03:00수정 2021-04-0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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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률 높은 美-英 연내 경제정상화 기대
집단면역 늑장 형성 피해는 국민의 몫
‘K방역’ ‘K주사기’ 자화자찬보다
백신-치료제 확보 총력전 기울여야
최재욱 객원논설위원·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이달 1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셸 월렌스키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CDC의 데이터는 백신 접종자들이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으며,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백신 접종자의 보호 효과 지속 기간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다고 한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조심스럽지만 ‘백신여권’ 도입과 국가·도시 간 트래블버블(비격리 여행협약) 체결을 논의하는 등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물론 코로나19가 종식되어 경제와 일상생활이 정상화되는 시점은 반드시 올 것이다. 집단면역 형성이 바로 그러한 전환점이다. 집단면역 형성과 경제 정상화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백신접종 후진국’, ‘집단면역 늑장 형성국’으로 예측되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11월 말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한다. 반면 미국, 영국, 주요 유럽 국가들과 일부 중동 부유국들은 6월 이후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번 이상 접종한 사람은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 보도했다. 미국 인구의 약 31%인 1억100만여 명이 백신을 접종한 것이다. 인구 100명당 예방 접종자 수(2일 기준)는 미국 48.70명, 영국 58.14명, 싱가포르 28.06명, 이스라엘 136.76명, 독일 16.84명, 프랑스 18.17명, 이탈리아 17.85명이다.

반면 국내에서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총 96만2083명(4일 기준)이다. 국내 인구(5200만 명) 대비 접종률은 1.85%에 불과하다. 팬데믹 초기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어려움을 겪던 나라들이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었음을 돌이켜 보면 이들 국가의 과학기술적 우위와 국가 백신 정책의 저력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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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분기에 코로나 백신 총 1473만 회분 도입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이, 개별 계약물량 중 화이자로부터는 총 700만 회분이 6월까지 매달 꾸준히 도입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국내 라이선스 생산과 공급이 가능한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 공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백신 도입 계획조차도 실현할 수 없는 계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인도 정부가 3월 중순 이후 백신 수출 제한을 시행하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이 잠정 중단됐다.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영국의 긴급사용승인은 5월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 노바백스사가 코로나19 백신의 원료물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럽연합(EU)과의 백신 공급 계약 체결을 연기해, 백신 생산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노바백스뿐만 아니라 얀센·모더나 백신은 2분기에 들어선 현재까지도 구체적 일정과 물량이 확정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지쳐가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민관이 함께 나서 백신 조기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글로벌 백신 공급 회사들과 백신 공동 개발 혹은 생산을 추진하거나 국내 라이선스 생산을 적극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백신 접종이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의 특수한 코로나 상황을 고려할 때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면 국민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 될 수도 있겠다. 과거 신종플루 유행 시 타미플루 치료제처럼 효과적인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국내 바이오·의약 산업의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큰 바이오·의약 산업 생산 인프라와 임상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한국이 향후 백신 공동 생산 혹은 글로벌 백신 개발 및 생산에 파트너로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과거 ‘K방역’ 프레임에 사로잡힌 정부의 ‘K백신’ 개발과 국내 생산이라는 편협하고 국수적인 정책의 실패를 반복하여서는 안 된다. 전 세계가 부러워한 코로나 백신 주사기 역시 중소기업과 삼성의 피와 땀으로 만든 것이다. 정부가 주도한 것도 아니며 ‘K주사기’라는 이름으로 정치적으로 포장해서도 안 된다. 민간 바이오·의약 산업계가 소신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기업 여건을 만드는 것,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최재욱 객원논설위원·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집단면역#바이러스#질병#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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