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원 재산공개 철회”… 한국교총의 이유 있는 청원

동아일보 입력 2021-04-06 00:00수정 2021-04-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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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은 어제 “부동산 투기를 예방·감시해야 할 정부가 그 실패의 책임을 교원·공무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교원·공무원 재산공개 철회 촉구 전국 교원 청원운동’에 돌입했다. 한국교총은 “교원이 무슨 업무상 부동산 정보나 기밀이 있어 투기를 하고 부당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행정력을 낭비하고 교원 업무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부동산 투기 대책에 따르면 기존에는 4급 이상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원 이상이던 재산등록 대상을 교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으로 확대한다. 이런 내용으로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면 현재 약 23만 명인 재산등록 대상자 규모가 16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도 재산등록 대상이므로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600만 명을 넘는다. 인구 10명당 1명 이상이 재산등록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재산등록을 확대하려는 목적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교원이 부동산 관련 내부 정보를 접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런데도 잠재적 투기범 취급을 당해 사기가 저하된다고 한국교총은 호소한다. 재산을 등록·관리하고 내용을 확인하려면 행정 부담이 급증할 뿐, 차명 투기를 적발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재산 정보가 유출될 경우 범죄에 악용되거나 교원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LH사태에 분노한 민심을 가라앉히는 데 급급해 별 실효성도 없는, 보여주기식 대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는데도 정부 여당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투기 근절에 반대할 국민은 없지만 아무 잘못 없이 피해를 당하는 사람을 양산해서는 안 된다. 실효성이 의심되고 부작용 우려가 높다는 한국교총의 합리적인 지적을 무시하고 재산등록 대상을 마구잡이로 늘린다면 면피성 과잉 규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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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재산공개#한국교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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