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진실의 순간이 다가왔다[동아광장/우정엽]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입력 2021-03-02 03:00수정 2021-03-0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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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국가 對中 연대 강조하는 바이든
안보와 경제 묶어 전략 구체화
‘안보는 美 경제는 中’ 논리 벗어나
다가올 국제정세 변곡점 대비해야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언제였을까 싶지만 2019년에는 여행이 가능했고, 미국 국회의원들의 한국 방문도 꽤 있었다. 그해 봄,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2명과 한국 국회의원들 간 비공식 간담회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그 간담회에서 미국 측은 시간의 대부분을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을 공유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데 할애하였다. 일본을 방문한 다음 우리나라에 온 두 의원은 일본과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 차이에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관심 사항이었던 북한 문제는 잠깐 우리 측 이야기를 듣는 선에서 그쳤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이 두 명의 상원의원이 중국 이야기만 하는 데 또 놀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는 미국의 전략적 접근보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관심이 집중된 북한 문제가 한미 간 주된 의제였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논리로 애써 외면했던 그 문제에 대한 진실의 순간이 그사이 우리에게 훨씬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지난주 뮌헨 안보회의 화상연설을 통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다시 한번 민주주의 국가들의 대(對)중국 연대를 강조했다. 뮌헨 안보회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주로 대서양 국가들의 안보 문제, 특히 러시아로부터의 위협과 신흥 안보 위협 요인들이 주로 논의되는 자리이다. 이번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2차대전 이후 70년간 국제사회를 이끌었던 경제 질서를 악용하고 위협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의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와 희토류, 의료장비 및 의약품, 전기차 배터리 등의 핵심 소재 및 부품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그는 “가치를 공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와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미국이 보다 구체화된 정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거부권을 뒤엎고 1월에 다시 의회에서 통과된 국방수권법을 보면 미국의 대중국 인식이 점점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도 국방수권법은 ‘태평양 억제 구상’에 관하여 22억 달러를 상회하는 예산을 배정했다. 이것은 임기 초반 바이든 국방부로 하여금 대중국 군사 정책의 개선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라는 것이다. 국방수권법 섹션 1058에는 ‘주둔국이 5G 또는 6G 네트워크에 유해한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미군 장비-추가부대의 항구적 주둔과 관련된 고려사항’이라는 매우 긴 제목이 붙어있는데, 제목 그대로 주둔국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이와 관련한 사항을 평가 보고하는 것이다. 안보와 경제가 하나가 되고 있다.

이번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하여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하는 ‘역사적 변곡점’에 와있다고 했다. ‘역사의 변곡점’이라는 단어는 ‘역사의 옳은 편에 서야 한다’는 표현과 더불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부터 많이 사용되었다. 알카에다, 이란, 리비아 등 외교 문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역사의 옳은 편에 있다’거나 ‘잘못된 쪽에 있다’라는 표현을 썼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인식이 점차 정책으로 구체화되어 가고 있는 지금, 미국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옳은 편에 있는 국가들과 그렇지 못한 잘못된 쪽에 있는 국가들이 구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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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국 민주주의 연대 정책에 대해 모든 국가들이 환영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매우 힘든 전략적 경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소련과는 달리 이미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냉전 이후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맺어 왔다. 중국으로부터 임박한 물리적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관계를 재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은 이러한 틈새를 계속 노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점차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역사의 변곡점에 미국과 함께하는 국가들에 대한 인센티브와 그 대오에서 이탈하는 국가들에 대한 제재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새로운 질서의 정립을 도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방법은 무력이 아닌 경제적 보상 혹은 제재가 될 것이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진실의 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한국 외교. 안보#경제#미국#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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