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패션[간호섭의 패션 談談]〈49〉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입력 2021-01-23 03:00수정 2021-0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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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마음이 울적하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음악만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의 이동을 제한한 지 일 년 남짓 되어가면서 음악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위안을 주고 있죠. 패션은 종교, 관습 등 사회적인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과 함께 탄생하고 유행한 뒤 사라졌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무지케’는 음악을 중심으로 한 행위 즉 무용, 연기 등을 포함한 종합예술을 의미했습니다. 이 무지케가 뮤직, 즉 음악의 어원입니다. 초기 그리스 연극에서 ‘오르케스트라’는 연기의 중심 역할이던 코러스가 노래하며 춤을 추던 반원형의 무대입니다. 현대에 와서 오르케스트라는 관현악단을 의미하는 오케스트라, 코러스는 합창단을 뜻하게 되었죠. 그래서 패션과 음악의 그 첫 번째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패션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영혼이 여러 요소로 구성돼 있고, 이 요소들이 조화를 잘 이뤄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리듬이나 악기 등의 조화에 따라 훌륭한 음악이 탄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는 진리와 음악의 신으로 여겨지며 그의 신전에서는 현악기의 원조인 리라 반주에 의해 조화로운 합창이 불려졌습니다. 아폴로 신에게 음악이란 절제, 조화, 순수를 상징합니다. 플라톤도 좋은 음악이란 단순하고 순수하며 우아한 리듬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음악적 영향으로 고대 그리스의 대표 복식인 키톤(Chiton)이 탄생했습니다. 커다란 사각형 천을 몸에 자연스럽게 둘러 피불라(fibula)라는 커다란 핀으로 고정시켜 입는 의복입니다. 어렸을 적 보자기나 담요로 흉내를 내봤음직한 패션이죠. 키톤에는 기본적으로 봉재선이 없습니다. 가위질을 하거나 바느질을 하면 순수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 대신 얇고 가는 주름을 잡거나 때로는 굵고 대담한 주름을 잡아 단순함 속에서 우아함을 선사합니다. 또한 인체를 구속하거나 속박하지 않고 몸을 따라 흐르듯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인체에 조화롭고 또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때도 음악과 조화를 이룹니다. 색상에서는 절제를 추구합니다. 거의 백색에 가까운 자연색을 추구하며 화려한 색이나 문양은 배제합니다.

후에 키톤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패션계에서 절제, 조화, 순수를 추구했던 디자이너 마리아노 포르투니(Mariano Fortuny·1871∼1949)와 마담 그레(Madame Gres·1903∼1993)의 의상을 보면 그리스 조각상들이 부활한 듯 우아합니다. 또한 아직도 일상에서 바느질을 대신해 드레이퍼리한 주름 장식들이 심심치 않게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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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들 간의 조화가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감동을 주듯, 고대 그리스 복식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들이 아직도 쓰이고 있는 것은 순수함을 기반으로 한 조화로움이 아닐까요. 수세기가 지난 후에도 음악적 용어와 함께 고대 그리스 패션은 우리에게 순수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고대 그리스#패션#키톤#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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