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한미훈련 北과 협의”… 주권과 동맹은 흥정거리 될 수 없다

동아일보 입력 2021-01-20 00:00수정 2021-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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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어제 한미동맹포럼 연설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하길 희망하지만 희망만이 우리의 행동 방침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한미동맹 활동과 훈련은 평화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런 준비 없이 맞게 될 ‘운명적인 날’을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신년회견에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데 대해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가 문 대통령 회견 내용을 염두에 둔 것은 전혀 아닐 것이다. 이임을 앞둔 대사로서 그간 느낀 소회와 한미동맹에 대한 일반론이다. 하지만 연합훈련 중단 여부도 북한과의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 대통령 발언 직후 나온 것이어서 묘하게 대비될 수밖에 없다. 사실 영토방위를 위한 주권의 문제이자 한미 동맹 간에 결정할 연합훈련은 결코 제3자, 그것도 날로 적대감을 고취하는 북한과의 흥정거리가 될 수 없음은 굳이 미국대사의 입을 빌릴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상식마저 이 정부에선 흔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안에 어떻게든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을 드러냈다. 스스로 집권 5년 차 대통령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제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에…”라며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을 향해 ‘언제든, 어디서든, 비대면으로라도’ 대화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훈련 협의 발언 역시 논란을 예상하고도 작심하고 내놓은 대북 메시지일 것이다.

이런 무리수가 나오는 것은 3년 전 평양 정상회담의 환상과 미련에서 헤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평화에 대한, 대화에 대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런 인식이니 북한의 핵 증강 협박에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하면 다 해결될 문제”라는 순진한 답변이 나오는 것이다. 대화 노력도 군사훈련도 목표는 같다. 하지만 함께 가야지, 하나라도 포기하면 굴종 아니면 파국을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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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미국대사#한미동맹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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