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으로 학교 갑니다[횡설수설/김선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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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로 ‘원격수업 원년’을 보낸 이 땅의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는 위로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부모가 허둥지둥 마련해준 디지털 도구 앞에 앉은 학생들은 친구들 이름을 익히기도 전에 낯선 ‘줌(ZOOM·화상회의 서비스)’부터 접했다. 엄마들은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느라 지쳤고, 교사들은 매번 등교 일정이 바뀌어 수업 준비에 애를 먹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한 공립 초등학교 1학년은 입학식도 못 한 채 홀수 반 짝수 반, 그것도 홀수 번 짝수 번으로 나뉘어 등교하느라 1학기엔 고작 열흘 남짓, 2학기엔 한 달 반 정도 등교를 했다. 학교에서 내내 마스크를 쓰고 옆자리 친구와 대화도 하면 안 됐다. 마스크 교육을 하도 잘 받아 친구네 놀러 가서도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는다는 아이, 선생님 몰래 화장실에서 친구들과 몇 마디 나눴다고 기뻐하는 아이…. 코로나 학교 풍경이었다.

▷코로나 직후부터 발 빠르게 줌 수업을 한 학교와 교사도 있지만, 디지털 습득 수준이 낮은 교사들은 2학기가 돼서야 줌을 활용했다. 줌은 각 교사의 수업 역량을 낱낱이 드러내며 학력 격차를 초래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7월 서울시내 교사 13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8.4명이 “원격수업으로 학력 격차가 벌어졌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9명은 “대면수업이 (원격보다) 낫다”고 했다. 준비가 전혀 안 됐다는 얘기다. 아이의 줌 수업을 돌봐주지 못하는 맞벌이 부모들의 마음은 까맣게 탄다.

▷어제 동아일보 새해특집 ‘코로나 사피엔스―학교가 달라진다’는 교실 대신 줌으로 등교하는 요즘 학생들을 ‘줌 세대’로 명명하면서 그들의 소외감에 각별한 관심을 촉구했다. 오랫동안 ‘학교는 곧 교실’이었다. 하얀 실내화, 칠판과 급훈 액자, 그림과 화분이 있는…. 그러나 줌 세대는 교실이란 공간을 코로나에 빼앗겼다. 이래서는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친밀감을 갖기 어렵다. 아이들의 대인관계도 걱정이 된다. 교사가 학생 각자의 수준에 맞는 맞춤 교육과 마음 살핌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학교는 달라지고 있다. 줌 세대가 배우는 방식, 세상과 연결돼 소통하는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이참에 학교를 다시 들여다보고 교육의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교사는 지루한 강의를 잊어라. 학생들이 자기주도형으로 즐겁게 참여하는 수업 방식, 창의력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을 찾아라. 코로나는 배움과 학교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학교와 교사를 무한경쟁의 시대로 이끌었다. 열린 공교육의 판도라 상자 속엔 희망이 남아 있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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