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드노믹스’의 앞날, 장밋빛만은 아니다[동아 시론/강성진]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0-11-25 03:00수정 2020-1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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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경제정책은 ‘양날의 칼’
재정지출 늘리면서 세율은 인상 예정
자유무역 강조-미국 우선정책 병행
민간자율 살리는 제도 개편이 중요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국의 경제성장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국제기관들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보다 2021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1%포인트 이상 증가하고, 국제교역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1∼0.4%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로 알려진 정책들을 보면 한국 경제에 마냥 긍정적인 장밋빛 정책만은 아니라는 의구심이 든다. 제시된 정책들이 ‘양날의 칼’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바이드노믹스는 재정지출 확대를 강조한다. 코로나19 극복 대책(2조2000억 달러) 및 친환경·에너지 및 교통·수송정책(4년간 2조 달러)에 대한 지출이다. 반면 민간의 경기 활력을 축소시키는 정책도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인상하고, 노동 금융 및 독과점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들이다. 대외정책도 양면성이 있다. 다자 간 국제기구에 복귀해 다자주의 체제를 강조하고 자유무역주의 정책을 확대하는 반면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미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 및 투자를 확대하는 미국 산업 우선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상호 모순되는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바이드노믹스다.

이러한 정책 조합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0곳을 조사한 결과 65%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사업 환경에 변화가 없으리라 전망했다. 이 조사 결과에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대한 오해와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먼저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오해다. 추가 지출은 기존 예산에 새로운 지출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이 다른 부문에 쓰일 예산을 전용하는 것이다. 즉, 감소하는 부문 예산의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를 고려하지 않아 재정지출 효과를 과대평가할 우려가 있다. 이는 한국판 뉴딜로 향후 5년간 국비 114조 원을 투자한다고 할 때 모두 추가 지출이 아닌 것과 같다. 선진국 정부 부채의 절반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국제금융협회의 자료를 봐도 미국 정부의 신규 지출 여력은 제한적이다. 이는 기존 산업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으로 국내에서는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 대한 기대가 높은 듯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배터리나 태양광 패널과 같은 산업은 장기적으로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의 국제 경쟁력은 어떤가? 국내에서 전기차 판매 대수는 작년 상반기보다 23% 증가했다. 그러나 국산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감소하여 점유율도 92.3%에서 64.5%로 하락했다. 소위 ‘테슬라 효과’와 볼보 아우디 등 해외 기업의 전기차 수요로 국내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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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환경 악동’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최근 저먼워치(Germanwatch) 등이 발표한 ‘기후변화성과지표 2020’을 보면 한국은 분석 대상 61개국 중 57위로 꼴찌에 가깝다. 에너지 소비량,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이 매우 높은 국가라는 것이다. 탈원전이라는 이념적 대응에 몰입하는 사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나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글로벌 이슈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은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환경 관련 분야에 적용하려고 하는 탄소조정세로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그린 보호무역주의(green protectionism)가 강화될 수도 있다.

아쉽게도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는 인류가 공통으로 직면하게 될 미래산업에 관한 내용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인공지능(AI), 공유경제, 비대면 사회 등으로 대변되는 이들 산업은 창의와 혁신에 기반을 두어 창출되는 미래 성장동력이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최고 수준의 전자기술과 우수한 인력으로 충분히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산업을 창출할 창의와 혁신은 기득권에 사로잡힌 정부의 주도가 아닌 민간 자율로 발휘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더 나아가 산업 범위를 법률이나 정책으로 사전적으로 규정하는 포지티브 체제에서는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할 수 없다. 법률이나 정책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면 모두 허용하고 자유롭게 산업화할 수 있게 하는 네거티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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