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공항 등 SOC 과잉투자 지경
신공항특별법엔 경제성분석 면제조항
정치 신뢰 낮추고 혐오 키우는 행위다

영남권 신공항은 노무현 정부가 화두를 던진 이후 여야 대선 후보들을 통해 예외 없이 등장한 단골 공약이다. 2016년 해외기관 입지 평가를 끝으로 논란이 종식될 거라는 기대는 거품처럼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를 평가할 때 종종 등장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정치 과잉화가 또다시 입증됐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보수는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개발사업을 밀어붙이고, 진보는 ‘지역균형’을 이유로 개발사업을 정당화한다. 남이 하면 망국적 토목사업이라고 욕하고, 내가 하면 경제와 지역을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변한다. 정치인은 잘 포장한 국책사업이 표 획득에 둘도 없는 효자라는 사실을 직간접 경험칙을 통해 온몸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 생각이 잘못됐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 책임이 우리 국민에게 있다.
가덕도 신공항 논란에서 한 걸음 떨어져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왜 국책사업이 필요한가? 사업 타당성은 무엇에 근거해야 하는가? 현 대한민국 발전 단계에서 국책사업은 얼마나 중요한가?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성장률 2%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반면 도로와 공항을 포함한 어지간한 사회간접자본은 과잉 투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제한된 재원으로 무엇을 위해,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신중히 따지는 것이 마땅하다.
사업 타당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경제성 확보 여부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기에 비용 대비 편익을 검증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혹자는 경제성 분석은 경제 규모가 크고 사람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사업에 유리하다고 비판한다. 또한 50년 후 미래를 어찌 알 수 있느냐며 편익 계산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재정법이 명시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정책적 분석을 통해 경제성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지역균형발전이나 환경 및 사회적 가치 등 정량화하기 힘든 지표를 고려해 사업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경제성 분석은 미래 편익 추정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제를 마련하고 있다. 위험(risk)을 감안한 편익 계산이나 민감도 분석을 통한 편익 범위 설정이 가능하다. 만약 편익보다 비용이 현저히 많은 것으로 나온다면 사업 규모 변경이나 대안 사업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해당 지역에 도움이 되는 접근이다.
현재 발의된 신공항 특별법에는 경제성 분석을 면제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지난 20여 년간 학계의 집단 지성이 만들어 낸 예비타당성조사 이유와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정치 혐오를 유발하는 행위다. 꼭 그래야 하겠는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항공 운항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비대면 방식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고 영구 정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항공 운항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거대 흐름을 읽고 용기 있는 선택과 결단에 머뭇거리지 않는 진정한 큰 정치인을 보고 싶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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