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협치” 스스로 먹칠한 靑의 국감 집단 불출석

동아일보 입력 2020-10-30 00:00수정 202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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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가 다음 달 4일로 전격 연기됐다. 국감 하루 전날 돌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민정수석비서관, 유연상 대통령경호처장 등 7명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자 정상적인 국감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여야가 국감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청와대 국정감사를 앞두고 출석 대상을 둘러싼 논란은 연례행사처럼 벌어졌지만 이 정도로 무더기 거부한 적은 거의 없었다. 대개 사정기관을 관장하는 민정수석의 출석 여부 정도가 쟁점이었는데 이번에 7명이 집단 불출석을 통보한 것은 사실상 국감 거부를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제시한 ‘업무 특성’ 등 이런저런 불출석 사유는 구차한 변명이나 핑계일 뿐이다. 청와대가 여야가 합의한 출석 요구를 이렇게 묵살한 것은 174석 거여(巨與)를 방패 삼은 오만의 극치이자 빈껍데기로 전락한 여야 협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이번 국감에선 청와대가 직접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주요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와대 행정관들의 펀드 사기사건 연루 의혹부터 서해상 공무원 피살, 한미동맹 이상기류 등이 대표적이다. 주무 책임자가 직접 출석해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국감에 임하는 공직자의 자세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국감 하루 전날에 불출석 통보를 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고, 국감을 통해 현안들의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했던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다.

21대 첫 국감은 압도적 의석을 앞세운 여당이 중차대한 이슈와 관련된 주요 증인·참고인 채택을 무더기 거부한 방탄 국회로 얼룩졌다. 상임위 곳곳에서 증인·참고인 채택이 거부됐으니 청와대도 국감 집단 불출석에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니 청와대와 여당이 정부·여당에 불리한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서 ‘짬짜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안 그래도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는 현 정부에서 그나마 국회를 통한 최소한의 대국민 소통의 기회마저 봉쇄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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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협치#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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