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의 두 아들, 최상호의 두 아들[오늘과 내일/김종석]

김종석 스포츠부장 입력 2020-09-26 03:00수정 2020-09-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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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2세’의 길을 가든 홀로 서든
스스로 가꾸고 거둬야 참된 열매
김종석 스포츠부장
한국 골프의 전설 최상호(65)는 올해로 골프와 인연을 맺은 지 50년이 됐다. 10대 중반이던 1970년 경기 고양시 집 근처 뉴코리아CC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입장쿠폰도 받고, 공도 닦아주던 게 그 시작이었다. 프로 입문 뒤 KPGA 정규투어 최다인 43승을 쌓았다. 2위는 20승(박남신). 격차가 워낙 커서 불멸의 기록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최상호가 첫 승을 신고한 1978년부터 마지막으로 정규투어 우승을 한 2005년 사이에 무관이었던 시즌은 1988년 한 해뿐. 그랜드시니어 부문(60세 이상) 11승을 포함해 챔피언스투어(50세 이상)에서도 최다인 26승을 올렸다. 땀과 눈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꾸준함이다. 20년 넘게 매일 1300개 이상 공을 때렸다.

필드에서 선망의 대상인 최상호가 두 아들에게는 오랫동안 골프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했다. 아버지처럼 골프 선수가 되겠다고 할까 봐 걱정해서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기에 아예 ‘싹’도 트지 않게 했다. 그 이유를 물었다. “골프는 유전적인 영향보다는 오로지 노력만이 성패를 좌우한다. 자연과 싸우며 죽은 공을 살려야 하는 너무 힘든 직업이다. 내가 평범했다면 모를까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을 안기고 싶지 않았다.”

공부를 선택한 두 아들은 국내 명문대를 졸업해 각각 대기업 직원과 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5명의 손자를 둔 할아버지 최상호는 쉬는 날 두 아들과 나가는 골프 라운드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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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 등 대스타들의 아들은 골프 선수로 나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골프 역사를 빛낸 부친의 위업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1900년 이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우승한 부자(父子) 챔피언은 8건에 불과하다.

미국 ESPN에 따르면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차례로 선수가 된 경우는 255건에 이른다. 이 중 부자가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사례는 전무하다. 14명의 아버지만이 가입했으며 아들 가입은 로베르토 알로마르와 켄 그리피 주니어 등 2명뿐. 타고난 신체조건과 근성, 남다른 훈련 환경 등이 유리하게 작용했을 야구 2세도 아버지의 벽은 높기만 했다. 축구 레전드 차범근의 아들 차두리는 은퇴하면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더욱 실감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스포츠 스타 2세로 아버지의 길을 따른다면 ‘누구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현미경 같은 주위의 시선 속에 비교되는 삶 자체가 큰 스트레스다. 불공정, 특혜 시비에 휩싸이기도 한다.

‘농구 대통령’ 허재는 두 아들도 농구를 한다. 허재가 대표팀 감독이던 시절 두 아이도 태극마크를 달면서 ‘셀프 선발’ 논란이 일었다. 농구 가족에게 상처가 됐지만 실력으로 입증하는 길밖에 없었다. 두 아들은 지독한 훈련 끝에 한국 농구의 간판스타로 올라섰다.

며칠 전 방영된 채널A 예능 ‘도시어부2’에 허재와 차남 허훈이 출연했다. 낚시광 아버지와 달리 허훈은 낚시가 처음이었다. 국내 최초로 3점슛 9개를 연속해서 적중시키며 최우수선수에도 뽑힌 허훈. 낚시터에선 몇 시간째 ‘0’마리였다. 그래도 아버지 도움은 있을 수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26cm 붕어로 첫 손맛을 봤다. 14시간 동안 8마리를 낚았다. 초짜치고는 대단한 조과. “낚싯대 대신 공을 쓰는 게 낫겠다”던 허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감을 금세 잡더라”며 칭찬하는 허재의 입도 귀에 걸렸다.

부모는 부모일 뿐이다. 자식의 일을 대신 해줄 수도 없고, 하려 해서도 안 된다. 스스로 뿌리고 거둔 열매라야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인정받는다. 운동이든 낚시든 뭐든.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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