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벌이 전락한 청년 고용정책[현장에서/신무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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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기술이전 전담 인력 사업 안내문.
청년 기술이전 전담 인력 사업 안내문.
신무경 산업1부 기자
신무경 산업1부 기자
“용돈 벌며 공부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복사만 하다 옵니다.”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 ‘청년 기술이전 전담인력(TLO)’을 검색하면 이 같은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공계 고급 인력을 위한 취업 지원 사업이 용돈벌이 수준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도입된 청년 TLO 사업은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사업화하거나 청년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학 산학협력단이 미취업 이공계 졸업생들을 계약직 직원으로 6개월 채용해 전문성을 갖추도록 했다. 정부가 월 150만∼180만 원을 지원해 학생들이 실력을 쌓으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게 도와주는 것이다. 올해까지 3년 동안 1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취업률 70%’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 TLO 사업에 참여한 청년의 취업률은 2018년 44.5%, 지난해 45.7%에 불과했다.

애초에 취업률 70%라는 목표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입 취지처럼 기술 이전이라는 전문성을 쌓기에 6개월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연구원으로 제대로 관리하기보다는 교내 아르바이트처럼 사무일만 하다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력을 쌓을 시간도, 쌓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으니 취업으로 연결되지도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당장 대학 계약직 채용을 늘려 눈앞의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사업 초기부터 대학에서 근무일지를 작성하지 않거나 출근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8년부터 네 차례 현장 점검을 하며 개선해 왔다지만 지난해까지 수행 업무를 재배정(9개 대학)해야 하고, 복무를 강화해야 한다(6개 대학)는 지적 사항이 이어졌다.

사후 관리에 아쉬움도 남는다. 2018년, 2020년 국회 과방위 결산심사에서 TLO를 거쳐 취업한 이들의 고용유지율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과기정통부는 “학생들의 반발과 비협조로 어렵다”고 밝혔다. 일자리의 질과는 상관없이 ‘취업률만을 끌어올리면 된다’는 식으로 비치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하반기 공채문이 좁아진다는 흉흉한 소식에 청년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기술 이전’ ‘창업’과 같은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단기 일자리 정책보단 당장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신무경 산업1부 기자 yes@donga.com
#용돈벌이#청년#고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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