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늘어난 전동킥보드 매너가 혁신을 살린다[광화문에서/신수정]

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입력 2020-08-05 03:00수정 2020-08-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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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최근 겪은 불쾌한 경험은 모두 전동킥보드로 인한 거였다. 인도에서 걷고 있는데 전동킥보드가 맞은편에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게 아닌가. 짧은 순간이지만 혹시나 킥보드가 넘어지거나 해서 나를 덮치지는 않을까 위협을 느꼈다. 인도, 차도, 자전거도로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질주하는 전동킥보드는 달릴 때뿐 아니라 심지어 정차되어 있을 때도 불편함을 줬다. 주차장과 차로, 인도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방치해 놓은 전동킥보드는 보행자뿐 아니라 운전자에게도 큰 스트레스다. 킥보드를 피해 주차하려다 도저히 안 되어 결국 차에서 내려 킥보드를 다른 곳으로 옮겨놓은 뒤에야 차를 댈 수 있었다.

2018년 9월 국내에서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가 첫선을 보인 뒤 시장은 날로 커졌다. 개인형 이동수단인 전동킥보드는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서울에서만 올 5월 기준 15개 업체에서 1만6580여 대를 운영 중이다.

이용자들은 늘고 있지만 ‘나만 편하면 된다’는 비(非)매너 이용자들이 전동킥보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처음엔 새로운 모빌리티 수단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며 환영했던 사람들조차 불쾌한 경험이 쌓이자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디지털에서 벌어지는 비매너적인 행태는 인공지능(AI)이 잡아준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는 문화권별 언어 사용 차이와 게임 용어를 AI에 인식시킨 후 악성 채팅을 걸러내고 있다. 게임 내 아이템 획득량, 이용자 이동 경로와 클릭 수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악의적인 게임 방해 행위도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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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가입자 수가 1200만 명을 넘은 온라인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은 ‘매너온도’ 제도를 운영 중이다. 중고 거래 특성상 처음 본 사람과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일정 수준 이상의 ‘매너’를 가졌는지가 중요하다. 매너온도는 사람의 평균 체온인 36.5도로 시작해 좋은 평가를 받을 때마다 0.1도씩 올라간다. 거래 후기와 평가, 경고 및 징계, 신고 건수 등에 따라 오르내린다.

디지털 세상이 아닌 현실 세상에서는 AI가 실시간으로 비매너적인 행태를 일일이 잡아낼 수 없다. 신산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안전을 지키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전동킥보드의 경우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주·정차 및 인도와 차도에서의 위험한 질주를 막기 위한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앞으로 전동킥보드처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혁신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법과 제도도 필요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용자들의 매너와 에티켓도 중요해진 시대가 온 것 같다.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어 제도가 기술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어느 때보다 남을 배려하는 성숙된 시민의식, 매너가 필요한 이유다.

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crystal@donga.com
#전동킥보드#불만#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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