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일평균 103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이른다. 이를 주 5일 근무로 환산했을 때 연간 412시간이 넘는 시간을 길에서 보낸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서울 95.8분, 인천 100분, 경기 134.2분 등 매일 2시간가량을 고스란히 출퇴근 시간으로 쓴다. 수도권 인구 집중과 한정된 교통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긴 출퇴근 시간과 교통 정체 발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정부에서는 수도권 대중교통망 확충을 위해 ‘광역교통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수도권 급행철도(GTX)와 수도권 순환도로망 구축, 대심도 지하도로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정책들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장기 정책과는 별개로 단기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 대안들도 시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출퇴근 시간대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제도다. 혼잡 시간대인 오전 7∼9시, 오후 6∼8시에는 통행료의 20%를, 인접 시간대인 오전 5∼7시, 오후 8∼10시에는 통행료의 50%를 할인해 준다. 하루에 8시간이 할인 시간대로 출퇴근 목적이 아닌 차량들까지도 더불어 할인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출퇴근 할인제도의 중요한 문제점은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량을 집중시켜 정체를 야기하고 이게 통근시간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출퇴근 할인제도는 승용차 출퇴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어서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국가 교통정책과는 결이 다른 정책이다. 많은 국가에서 교통수요가 많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통행료를 할인이 아닌 할증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가격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출퇴근 할인제도 같은 요금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디자인한다면 원하는 행동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가령 오전 5∼7시에 출근하는 장거리 통근자에게는 통행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오전 7∼9시에는 근거리 통근자들이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교통량을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책은 기대 효과에 맞게 설계될 때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야만 정책이 목표로 하는 대상 집단에게 정확히 혜택을 제공할 수 있으며, 자원의 낭비를 줄여 정책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할인 시간대와 할인율을 책정해 교통량 분산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모두 이룰 수 있도록 출퇴근 할인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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