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슬픈 운명[횡설수설/구자룡]

구자룡 논설위원 입력 2020-07-01 03:00수정 2020-07-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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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뒤 난징에 정박 중인 군함 콘월리스호에서 난징조약을 맺을 때 탐을 낸 곳은 닝보나 상하이 등 창장(長江)강 하류 지역이었다. 청은 상하이 등 5개 도시는 개항만 하고 대신 중원(中原)에서 멀리 떨어진 섬 홍콩을 할양했다. 홍콩이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작은 어촌에서 ‘아시아의 진주’로 성장한 운명의 갈림길이었다. 하지만 이제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에서 ‘쇠락하는 중국의 한 지방도시’로 퇴행할 수도 있는 기로에 섰다.

▷중국 전국인대가 어제 15분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오늘부터 바로 시행되는 ‘홍콩 보안법’은 중국 정부 직속 국가안보국을 홍콩에 세우고 비밀경찰도 운용하도록 했다. 반중 인사 재판에는 행정장관이 특정 판사를 지명할 수 있다. 테러나 정부 전복, 외세와의 유착 행위자 등에게는 ‘종신형’도 가능하다. 조슈아 웡 등 민주화 운동가들은 ‘반중난항(反中亂港·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힌)’ 인사로 검거될 수 있다. 당장 1일 홍콩 반환 기념식 집회가 금지됐다. 홍콩을 비추던 ‘자유와 민주’의 촛불이 풍전등화다.

▷중국은 지난해 ‘송환법’을 만들려고 군대까지 동원하려다 일국양제(一國兩制) 약속을 존중하듯 물러섰지만 결국 더 강한 발톱으로 움켜쥐기에 나섰다. 홍콩 반환 후 공산화를 우려하던 영국 마거릿 대처에게 ‘50년간 일국양제’를 제안한 것은 덩샤오핑이었으나 시진핑 주석에 의해 내팽개쳐진 것이다.


▷중국이 더 이상 홍콩을 ‘특별행정구’로 취급하지 않자 미국도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를 박탈했다. 1992년 홍콩정책법에 따라 부여한 관세, 투자, 비자 발급 등의 우대 조치도 없애기 시작했다. 만약 미국이 ‘보안법’ 제정 관련 인사가 거래하는 홍콩 은행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행사하고 중국이 희토류 카드까지 꺼내 반격한다면 홍콩발 미중 갈등이 또다시 세계를 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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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는 자본과 인재의 엑소더스가 우려된다. 반환 협상 타결 1년 전인 1983년, 톈안먼 사태가 벌어진 1989년, 그리고 1997년 반환 때의 3차례 ‘미니 탈출’에 이어 ‘대탈출’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홍콩 주재 미국 기업의 30%가 탈홍콩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홍콩은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중간 거점이다. 대중 수출에서 홍콩 경유 부분을 별도 집계할 정도다. 7000여 명 영주권자를 비롯해 1만7000여 명 한국 교민의 삶의 안정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린 대가는 결국 스스로 치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홍콩 주민의 삶이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 같아 안타깝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홍콩#중국#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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