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묻는다 “기업의 생각은 무엇인가?”[광화문에서/김현수]

김현수 산업1부 차장 입력 2020-06-09 03:00수정 2020-06-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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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 차장
“한 번만이라도, 하지 말아라(For once, Don‘t Do it).”

최근 나이키가 자사의 유명한 슬로건 ‘그냥 해보자(Just Do it)’를 ‘하지 말자’로 바꾼 영상을 선보였다.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 씨를 기리며 ‘인종차별을 하지 말자’ ‘우리가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의미로 만든 슬로건이다.

사실 나이키는 흑인 운동선수들을 꾸준히 후원했고, 흑인 고객층이 상당하다. 나이키는 2018년에도 경찰의 과잉 진압에 반대하는 ‘무릎 꿇기’ 시위를 지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에는, 다른 기업도 나서고 있다. 애플(정보기술), 레고(장난감), 벤앤제리스(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업종의 많은 기업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에 동참 중이다. 흑인 디자이너 고용에 무심했던 유럽 럭셔리 브랜드마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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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언급을 피했던 글로벌 기업의 과거 모습과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예전에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발언하면 논란에 휩싸이고 특정 소비층을 잃을 수 있다며 언급을 꺼렸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 및 Z세대)가 가치 지향적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많은 기업이 인종차별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라고 평했다.

왜 그럴까. 소비자가 또 변했기 때문이다. 여성 문제(미투), 환경 문제(지구 온난화)에 목소리를 내던 MZ세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불평등에 더 민감해졌다. 같은 재난을 겪어도 누군가는 일상을 유지하지만 누군가는 실업의 고통에 허덕이게 되는 현실에 눈을 떴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의 발표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생각을 밝혀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기업이 인종차별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또다시 질문을 던진다. ‘이 사회에 흑인은 몇 명인가’와 같은 질문이다. 직원들도 회사에 가치관을 묻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한 사회공헌 담당 임원은 “요즘 미국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은 입사 지원을 할 때 연봉이 아닌 다양성, 지향점, 조직문화 등을 먼저 묻는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페이스북 직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와 같은 게시물에 대해 회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설명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도했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도 어떤 의미에서는 ‘노동 3권 보장’ 등 삼성의 가치관을 밝히는 자리였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사과였지만 소비자에게도, 임직원에게도, 협력사에도 ‘과거의 관행이 어땠든 현재 삼성의 생각은 이렇다’는 답을 준 셈이다. 한국의 다른 기업들도 언제든 ‘당신 기업의 생각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마케팅 활동만 그럴듯하게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좋든 싫든 제품만 잘 만들면 됐던 시대는 정말로 가버렸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mz세대#소비자의 변화#기업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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