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사람을 키워야지 적대시해서야”[오늘과 내일/하임숙]

하임숙 산업1부장 입력 2020-06-01 03:00수정 2020-06-0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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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적대 정책 쏟아낼 21대 국회 두려워”
“유통산업발전법, 입점 영세상인에 치명적”
하임숙 산업1부장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김주인 씨는 몇 번의 실패 끝에 2014년에 지금의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강남에서 작은 매장으로 시작했던 김 씨는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듬해 백화점에 매장을 내게 됐다. 지금은 수도권 10여 개 몰에서 가게를 운영한다.

전체 매장을 합한 연 매출은 작년까지 50억 원이 넘었다. 정규직 49명에 단기 아르바이트생 수십 명까지, 고용 인원도 매년 늘었다. 매출은 꾸준히 늘었지만 김 씨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처음 7억 원을 투자받아 사업을 시작한 뒤 매장을 늘리느라 진 빚이 최근 30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 몇 년간 인건비가 급격히 뛴 데다 주 5일제 근무로 직원 수를 더 많이 늘려야 했다. 인건비에, 대출 이자에, 운영비까지.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다 보니 매출이 늘어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다.

“그래도 저는 나름 성공한 사업가입니다. 제 브랜드를 넣으려는 백화점이나 복합 쇼핑몰이 계속 늘고 있으니까요.”


성공은 모르겠지만 사업가인 김 씨는 엊그제 출범한 21대 국회가 ‘성실히’ 일할까 봐 두렵다. 여당이 장악한 국회가 반기업적 정서를 담은 법들을 통과시키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중에는 김 씨 장사에 치명적인 유통산업발전법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복합 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주말에 휴무하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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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40% 줄었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우리처럼 몰에 입점해 있는 매장들은 다 죽어요.”

복합 쇼핑몰은 백화점, 마트, 의류 매장 같은 쇼핑몰뿐 아니라 서점, 영화관, 사우나,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주말에 놀이 삼아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금요일부터 가족 단위 고객이 급증해 주말 장사가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 이런 복합 쇼핑몰에 월 2회 주말 장사 금지라니. 전통시장 상인, 영세 상인을 위한다는 게 명분이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월 2회 주말에 쉬어도 전통시장의 경기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여러 연구로 증명된 상황이다.

김 씨는 “나도 빚쟁이에다 영세 상인”이라고 했다. 복합몰이 겉보기엔 대기업이지만 사실 입점한 상가의 다수는 영세 상인이라는 거다. 김 씨는 “신생 브랜드를 운영할 경우 백화점이나 복합몰이 아니면 광고 마케팅비를 감당할 수 없어 사업을 키우기 어렵다. 중산층 이상을 상대하는 몰에 입점해 있다고 모두가 배척받아야 하나. 처음에 복합몰에 입점했을 땐 꿈만 같았는데, 곧 악몽이 되려 한다”고 했다. 만일 굳이 월 2회를 쉬어야 한다면 평일에 쉬도록 법을 만들면 안 되냐는 게 김 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정부가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기업 해서 세금 내는 사람들을 너무 적대시한다고 했다.

“6년간 빚내서 돈 쏟아부어 브랜드를 키워 가는 저 같은 사람들을 독려하기는커녕 천대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면 한국에서 누가 사업하려고 하겠어요. 사업가가 눈치 보고 더 클 수 없는 분위기면, 또 대기업을 적대시하기만 하면 세금은 누가 내고, 정부가 좋아하는 복지는 무슨 돈으로 하냔 말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김 씨는 신신당부했다. 자신의 이름이나 브랜드를 실명으로 쓰지 말아 달라고. 업종조차도 누군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하지 말아 달라 했다. ‘세금 내는 사람을 우대해 달라’는 지극히 상식적 요구조차도 특정 진영의 ‘몰매’를 맞을까 두렵다 했다. 당연히, 이 업종은 디저트 카페가 아니고, 김주인 씨는 실명이 아니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
#오늘과 내일#세금#21대 국회#유통산업발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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