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미래와 서울[횡설수설/구자룡]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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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4룡(龍)’, 뉴욕 도쿄 런던에 이은 세계 4대 자본시장. 증시 상장 기업 2477개 시가총액 3조5024억 달러(약 4341조 원)로 세계 5위. 세계 7대 항구…. 홍콩이 작은 어촌에서 100여 년 만에 이처럼 성장한 것은 ‘중국 대륙과의 디커플링(분리)’ 덕분이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 항일 전쟁과 국공 내전을 겪지 않았고, 사회주의 혁명의 풍파와 떨어져 초기에는 제조업, 후에는 물류와 금융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랬던 홍콩의 미래가 시계(視界) 제로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사실상 팽개치고,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해 관세와 투자,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의 한 도시처럼 취급하면 기업 자본 인재의 ‘엑소더스’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 홍콩은 반환 협상이 난항을 겪던 1983년, 톈안먼 사태가 벌어진 1989년, 그리고 1997년 반환 때 등 3차례 캐나다 등으로 ‘미니 탈출’을 겪었다.

▷중국이 보안법을 통과시키자 홍콩 곳곳 환전소에는 홍콩달러를 미국달러로 환전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민 서비스업체들은 대만 이민 문의가 평상시의 10배로 늘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홍콩인에게 미 영주권을 부여하자는 사설을 실었다.

▷중국은 완강하다. “홍콩은 중국의 해군 항구 역할만 해도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홍콩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반환 당시 25%에서 3%까지 줄었다. 하지만 후강퉁(호港通·상하이와 홍콩 증시 동시 상장)과 선강퉁(深港通·선전과 홍콩 증시 동시 상장)으로 대륙 증시를 띄운 것처럼 홍콩은 중국 경제성장의 한 축이었다. 중국 내부엔 시진핑 주석이 홍콩을 섣부르게 제압하려다가 ‘진주’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남아 있다.

▷홍콩의 아시아 금융 허브 위상이 흔들릴 기미를 보이자 벌써부터 “그러면 대체 도시는 어디?” 물음이 나온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 계획’, 이명박 정부의 ‘메가뱅크’ 등이 있었으나 진전이 없었다. 싱가포르처럼 영어권이 아니고 분단 상황의 안보 불안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울은 세계 10위권 경제국의 수도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교통, 치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수년 전 용산 국제도시 프로젝트, 용산-여의도 통개발 등의 구상도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미래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홍콩 시민들의 투쟁이 중국 공산당의 강압정책 철회로 이어지길 응원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포스트 홍콩’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생각해 볼 때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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