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단 대신 모든 입국자 2주 격리, 매일 7500명씩 감당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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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일부터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들은 단기 체류자까지 2주간 의무적으로 집이나 정부가 마련한 시설에서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발(發) 입국자만 자가 격리 대상이어서 나머지 지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입국 과정의 발열검사 등을 통과하면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이처럼 검역을 강화하는 이유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일주일 넘게 시행 중이지만 세계적으로 확산세가 멈추지 않아 국내 일일 신규 환자 발생 수가 100명 안팎에서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입국자 전원 격리 관찰은 일선 행정·방역 시스템에 상당한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자 정책을 정할 때부터 ‘입국 금지’ 카드를 제쳐두는 바람에 정부로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입국자의 이송과 격리 업무를 맡게 될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현장 사정도 모르고 불쑥 발표부터 해버렸다”는 원성이 터져 나온다. 방역당국은 하루 자가 격리 대상자가 최대 7500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주일이면 5만2500명이다. 지자체가 현재 관리 중인 격리자도 1만4000명이 넘는다. 지자체들은 “보건소와 구청 인력에 군(軍) 인력까지 끌어모아도 자가 격리자를 1 대 1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지자체별 입국자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해당 지자체에 통보해 별도의 교통편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 주어야 한다. 지자체들도 자가 격리를 감시할 모니터링 요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자가 격리 관리용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입국자 7500명 가운데 85%는 내국인이다. 내국인 입국자가 자가 격리 지침을 어기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안전과 경제를 위협하는 행동이다. 내국인들 스스로 자가 격리를 철저히 해 행정 부담을 줄여줘야 코로나19 확산세도 잡고 어려운 시기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입국자 2주 격리#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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