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터… 재택·유연근무 기폭제 되나[광화문에서/신수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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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재택근무를 할 때 회사에 출근해서 하는 일 정도로만 하면 상사들이 일을 덜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일하는 모습을 못 보고 결과물만 보잖아요.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할 때보다 성과가 신경 쓰여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30대 차장 김모 씨)

“재택근무 시작하기 전에는 제대로 일이 될까 걱정했어요.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보다 제가 팀원들 업무에 좀 더 관여해서 챙기고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성과가 괜찮은 것 같아요.”(40대 부장 이모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회사원들의 일하는 모습도 바꿔 놓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장기화되면서 방역을 위해 재택근무에 돌입한 기업이 많아졌다.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주 4일 출근제, 시차 출퇴근제 등 9시 출근, 6시 퇴근 같은 일률적인 근무 방식을 벗어난 유연근무제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기업들의 재택근무 실험이 본격화된 가운데 효율성이 확인되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된 후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기업이 늘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대응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근로 형태를 고민해왔다. 이번에 여러 기업의 재택근무 경험은 사무실에서 벗어나 업무를 수행하는 ‘스마트워킹’ 시대를 본격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를 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대 이상으로 효율성과 만족도가 높다는 반응이었다.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 것은 역시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업무 성과도 괜찮았다고 평가한 이가 많았다. ‘집에서 놀기만 했니’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가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그 회의마저 메신저와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되니 오래 하기도 불편해 정말 필요한 논의만 하게 된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 정보기술(IT) 회사 매니저는 “업무 효율성이 높아져 수행 시간도 줄었다”며 “얼굴을 보고 협업할 일도 필요하니 5일 중 4일은 집에서, 1일은 사무실에서 일하면 업무 효율이 최고일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임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스마트워킹을 해 온 미국 시스코사는 2013년 스마트워킹의 성과를 측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근무시간 감소 및 생산성 향상, 해외 및 국내 출장 감소 등으로 얻은 효과를 2조5000억 원으로 봤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라우드, 원격회의 시스템 등의 발달로 스마트워킹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4명 중 1명꼴로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도 몇 년 전부터 재택근무제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많은 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서 기업들의 근무 환경도 빠른 속도로 변할 것 같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코로나19#재택근무#유연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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