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적[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송하연 캐나다 몬트리올 요가풀니스라이프 대표
송하연 캐나다 몬트리올 요가풀니스라이프 대표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김연수 ‘지지 않는 말’ 중
 
설명하기 힘들지만 직감적으로 ‘그래, 맞아’ 끄덕여지는 순간들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쓴 책의 한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최고의 작가가 되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고 매일 쓰다 보니 최고의 글을 쓰는 게 뭔지 알게 됐다는 김연수 작가. 사랑하는 영화를 만들어왔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놓은 것뿐이라고 고백한 봉 감독.

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작은 요가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한국인이다. 예전에 태국의 한 요가원에서 수업에 참여했던 외국인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너의 수업은 뭔가 달라. 뭐라 설명하기는 힘든데 난 그게 좋아. 그러니 더 자신감을 가져.” 어설픈 영어 실력에 긴장한 탓인지 말실수를 할 때 “익스큐즈 미(실례합니다)” 대신 한국적인 표현 “소리(미안해)”라고 했던 내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해외 경험은 대학 시절 어학연수가 전부였던 내가 외국에서 독박육아와 요가 수업을 병행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교에 보내고 수업하러 가고, 또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고. 전쟁이 끝나는 밤이 되면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는 게 반복 일상이었다.

타지 생활의 외로움과 회의감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학생이 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접했고, 매일 공부하고 고민했던 날들이 의미 없는 반복만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마라톤이 아니라 매일 달리기를 바란다면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환영받고, 한국 아줌마 요가 강사가 외국에서 당당히 수업을 진행하듯,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 나가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매일’의 기적, 믿어볼 만하지 않을까.

송하연 캐나다 몬트리올 요가풀니스라이프 대표
#지지 않는 말#김연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