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작권 전환, ‘정치 시간표’에 쫓겨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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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 당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후 유엔사령부의 지위와 권한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한다. 전작권 전환 후 창설될 미래연합사령부와 유엔사 간 지휘체계 혼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조정 논의에 들어간 것이다.

6·25전쟁 후 정전 협정 유지 임무는 유엔사가 맡았다. 1978년 한미연합사가 창설된 뒤에도 연합사는 정전 유지를 위한 유엔사의 요청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한미 간 약정이 맺어졌다. 현재는 미군 대장이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유엔군사령관을 모두 맡고 있다. 하지만 전작권이 전환되면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직은 유지하지만 미래연합사에서는 한국군 사령관 아래서 부사령관을 맡는다. 혼선이 우려되는 구조다.

유엔사의 지위 문제는 단순히 전작권 전환 후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의 향배, 주한미군의 미래와도 연결된 민감한 문제다. 북한은 진작부터 평화협정 체결과 유엔사 해체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평화협정 체결 뒤에도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이 필요하고 유엔사가 그 중심이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유엔사의 지위와 기능은 향후 평화체제 구축 또는 북한 급변사태 때에도 흔들려선 안 된다.

전작권은 2014년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시기를 정하지 않고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충분한 방위능력,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을 평가해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이를 뒷받침해줄 한미동맹은 각종 연합훈련 축소, 방위비 분담 갈등 등으로 체질이 약화되고 있다. 역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들이 최근 청와대에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평택기지 이전을 완전한 북한 비핵화 달성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건의한 것도 이런 직간접적인 안보 상황을 우려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한미 연합지휘관계 변화에서 시기보다 더 중요한 건 빈틈없는 완전한 자주국방 능력이다. 이상과 시간에 쫓기다 구멍 난 안보가 돼서는 안 된다.
#전작권 전환#유엔사령부#한미 연례안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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