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택시업계 애로 살피느라 공유경제 미래는 뒷전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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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타다’와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에 대한 대책으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려면 기존 택시의 면허권을 매입하고, 택시 기사의 복지 등에 들어갈 사회적 기여금을 정부에 내야 하며 기사도 택시 기사 면허증 보유자로 제한했다. 운행 가능한 대수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되려면 정부가 정해주는 만큼의 기존 택시 면허를 사라는 의미다.

그동안 신생 택시 서비스를 두고 기존 택시업계와 신규 사업자가 대립해왔는데 이번 대책은 택시업계의 입장이 주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택시업계 특히 기사들은 지금도 수입이 넉넉지 못한 형편이며, 특히 고가에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한 기사 입장에선 택시면허도 없이 영업하는 공유경제형 경쟁자들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대책은 공유경제 시대에 새로운 사업의 등장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이미 렌터카를 이용한 사업도 금지해 차량을 직접 구매하게 하고 대당 6000만∼7000만 원에 거래되는 택시면허권의 상당 부분을 신규 사업자가 지불하게 하는 것은 규제를 풀기는커녕 더 강화한 측면이 있다. 이로써 자가용이나 렌터카 등 유휴 자동차를 활용한 차량 공유 및 승차 공유 서비스로 공유경제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한국판 우버’는 당분간 꿈도 못 꾸게 됐다.

정부로서는 고려할 부분이 많겠지만 빠뜨려서는 안 될 부분이 말없는 다수의 소비자다. 이번 대책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편하게 이용하는 서비스를 한국에서만 법으로 막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소비자들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밤늦은 시각 택시 잡기 전쟁을 치러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함은 이번에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미래 산업과 소비자 편익보다는 선거를 앞두고 택시노조 등 지지 기반을 잃지 않으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번 대책이 내년부터 실시되려면 국회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여야는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 모두의 시각에서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기를 바란다.
#국토교통부#타다#택시#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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