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치경찰제 확대와 검경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권력통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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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이 14일 경찰의 치안기능과 일부 수사기능을 지방정부 관할하의 지방경찰로 넘기는 자치경찰제 도입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제주에서 시범 실시된 이 제도를 올해 서울과 세종시 등 5개 시도에서 확대 시범 실시한 뒤 2021년 전국적으로 본격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정청이 합의한 자치경찰은 수사기능이 여성 청소년 교통 사건에 국한된다. 살인 사기 등 일반 형사사건을 다루지 못하는 자치경찰에 대해 방범대원의 기능을 다소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독일 등 연방제 국가에서는 주경찰이 모든 종류의 범죄 사건을 수사하고 연방경찰은 중요 사건 사고에 대해서만 보충적으로 개입해 수사한다. 일본만 해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국가경찰과 지방경찰 사이에 권력 분산이 이뤄지고 경찰에 사실상의 독립된 수사권이 주어졌다. 이들 선진국 자치경찰에 비춰 보면 당정청이 합의한 제도는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비판이 과언이 아니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없다고 가정하면 당정청이 합의한 식의 자치경찰제를 도입한 뒤 서서히 권한을 확대하는 게 새 제도의 연착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조만간 있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국가경찰이 검찰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 수사 독립을 획득할 경우 전국에 걸쳐 방대한 정보수집 조직까지 갖춘 국가경찰 권력의 비대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치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정반대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의 전통이 일천해 자치경찰에 처음부터 많은 수사권이 주어질 경우 지자체장에의 정치적 종속, 토호세력과의 유착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검경개혁은 두 가지 상반되는 우려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 핵심은 두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검찰권과 경찰권은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권력이다. 검찰이 강해지든 경찰이 강해지든 국민에게는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하다. 경찰권의 충분한 분산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는 만큼 자치경찰의 권한을 더 강화하든가, 그렇게 하기 힘들다면 유럽 국가들처럼 합의체 방식의 통제기구를 도입해 대통령이 검찰이나 경찰에 대해 갖는 권한을 견제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 부분은 논의에서 빼고 있기 때문에 검경수사권 조정도, 자치경찰제 확대도 쉽지 않은 것이다.
#자치경찰제 확대#검경수사권 조정#권력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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