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오바마 전 대통령 “매케인은 최후의 승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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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30일 애리조나주 노스피닉스 침례교회에서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읽던 중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CBS 방송 사이트 캡처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30일 애리조나주 노스피닉스 침례교회에서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읽던 중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CBS 방송 사이트 캡처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 워싱턴 특파원 시절에 상원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러셀 빌딩에 가면 존 매케인 의원실 앞은 언제나 시끌벅적했습니다. 매케인 의원을 보려고 온 구경꾼들로 시끄러웠죠. 매케인 의원이 나오면 함성이 터집니다. 완전 록스타급 인기입니다. 매케인 의원은 이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도 찍습니다.

지난달 25일 타계한 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에 수많은 정치인과 일반인들이 집결했습니다. 추모사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After all, what better way to get the last laugh than to make George and I say nice things about him before a national audience?”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추모사는 엄숙하다기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매케인 의원은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각각 대선(2008년)과 대선 경선(2000년)에서 대결해 패했습니다. 그러나 매케인 의원은 패자가 아니라 ‘최후의 승자(get the last laugh)’라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치켜세웁니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에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두 명의 전직 대통령들로 하여금 자신을 칭찬하게 만드는 매케인 의원이야말로 진정한 승자가 아니겠습니까.

△“It crosses your mind and a smile comes to your lips before a tear to your eye.”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추모사에는 매케인의 유족을 위로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유족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으니 엄청난 슬픔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슬픔의 강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옅어질 것입니다. 슬픔이 있었던 곳에는 대신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기 전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될 것이다.’ 미국 언론은 매케인 추모사 중에서 이 문장을 ‘최고의 구절’로 꼽았습니다.

△“The more he humiliated you, the more he liked you. And in that regard I was well served.”

매케인 의원의 ‘절친’으로 통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추모사에서 자신은 매케인 의원으로부터 많이 혼났다고 고백합니다. 혼나면서도 기뻤다고요. “만약 매케인이 당신을 자꾸 혼내고 창피를 준다면 그건 당신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나도 많이 혼났다.” 맞는 얘기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혼내지도 않으니까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존 매케인#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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