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시는 장마에, 혹은 지독한 더위에 어울린다. 찬란한 봄날이나, 깊은 가을보다는 끈적거리는 더위가 정신과 몸을 흐려놓을 때 유독 그의 시가 마음을 치고 간다. 때로 몸은 정신을 장악하기도 하는데, 지독하게 더울 때 우리의 마음은 차분한 논리를 자꾸만 벗어난다. 논리정연한 자기 이해가 흐트러지고 삶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럴 때 ‘강’을 읽는다. 행복한 시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저 강은 계속 흐른다고, 그저 흐른다고 말해준다. 아파도, 어두워도, 내가 아프고 어두운 이유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도, 그저 인생이 지속되어야 할 때가 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