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진현]희생으로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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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에 평양 끼어들어… 문재인운전석, 김정은 자리로
‘대통령 적폐’ 청산 다짐했으나… 8개월 실적 보면 성공확률 낮아
대통령에게 중간은 없다… 정권으로 승리하고 破國내든가
敵까지 포용하는 국민 통합뿐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평창이 안쓰럽다. ‘평양’, ‘평화’가 끼어들어 난리고….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전직 대통령은 수사가 좁혀오자 정권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평창’을 한반도평화 올림픽으로 성공시키겠다는 현직 대통령은 직설적 분노의 반박성명을 즉각 냈다. 그 후의 전개는 비극으로 끝나는 또 하나의 핏빛 드라마가 어른거린다.

작년 12월 1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날 때 한국의 제1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났다. 국빈으로 방문한 문 대통령은 중국을 ‘운명적 동반자’로 감싸고도 톡톡히 모욕을 당했다. 그럼에도 베이징대학 연설에서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사상’을 높이 찬양했다. 찬양이 지나쳐 그가 신앙처럼 믿는 촛불혁명론을 배반하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는 해석이 나올 여지를 남겼다. 아베를 만난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 주석을 알현하러 가는 날’이란 대통령 모독적 말을 썼다.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하다. 대한민국 권력의 대표들이 경쟁하듯 중국과 일본에 자진해 아첨하고 국가모욕을 자초하는 19세기적 현상이 21세기 시민혁명에 도취한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나라의 극단적 대극성 반동성의 증거가 바로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모두 인간으로서 공인으로서 불행한 마감을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제 헌법의 어른 중 한 분은 부하의 총에, 또 한 분은 자살로 가고 세 분은 감옥을 들락거리고 한 분은 먼 이국땅에서 객사하고 나머지 분들은 모두 본인과 가족의 부패로 추락했다. 국혼·국체를 통합 상징하는 인물의 동상을 단 한 분도 세우지 못하고 화폐에도 못 쓰는 국가 비극의 70년이다.


요사이 부쩍 대한민국 70년 수명, 꼭짓점 지난 나라라는 비관이 뜨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한국을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침몰하는 배’로 비유했다. 지난 22일자 뉴욕타임스 만화는 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우람한 거구의 김정은이 그의 5분의 1도 안 되는 왜소하고 빈약한 문재인과 손잡고 웃으며 피겨스케이팅을 하는데 두 심판은 10점을, 트럼프는 0점을 주고 있다. 최근 소설가 한강의 미국·트럼프 비판 글을 실었던 신문으로서 트럼프 공격용으로는 우수작이다. 그러나 그리도 공들인 문재인운전석이 ‘평창’을 계기로 김정은운전석으로 바뀌는 대한민국의 처량한 추락의 풍경이기도 하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꼭 성공한 대통령, 역사에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가 위기에서 역전 개벽의 시도를 여러 방면으로 할 수 있으나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를 마감하는 대통령 배출도 역사 창조의 결정적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다짐한 국회에서의 간소한 대통령 취임식의 목소리가 감격으로 남아 있다. 뒤이어 봉하마을 노무현묘소에서 제2 노무현이 아니라 ‘보수 진보 20년을 뛰어넘겠다’는 다짐도 했다. 국무회의와 총리 권한 강화, 필요한 인사는 삼고초려(三顧草廬)해 모시겠다는 말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끝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진실로 이 나라 ‘대통령통치의 적폐’를 청산하는 새 시대를 믿을 만했다.

이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2022년 5월 9일은 분명 또 하나의 불행한 기록이 될 것이다. 지난 8개월 실적의 연장이라면 대의 진실 원리 국익과 충돌, 역습으로 성공확률이 낮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하는 두 길이 있다. 하나는 ‘승리’하는 것이다. 적들을 무찌르며 승리하는 길은 종당 비상수단을 써야만 하는 경지까지 가게 된다. 정권은 성공할 수 있으나 끝은 파국(破國)이다. 진짜 성공은 ‘희생’의 길이다. 초심대로 반대자까지 포용하는 대통령,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적폐로 모는 대통령 지지자들의 적폐와도 결별하는 것이다. 좌·우파 모두에 엄존하는 암흑지대, 반국가 폭력세력을 척결하는 ‘자기희생’으로 국민통합을 성취한 대통령으로 성공하는 것이다.

군림하는 승리는 모양만의, 꾸밈의 성공이다. 희생의 모범으로서만 존경받는 성공이 가능하다. 그 중간의 길은 없다. 그와 가까운 이윤택 감독, 양정철 전 홍보비서관의 충언 보도를 읽으면 초심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한 분이라도 희생으로 성공한 존경받는 대통령을 꼭 보고 싶다. 꼭 나라를 지켜야 한다.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평창올림픽#김정은#문재인 대통령#시진핑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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