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보호무역 우려”… 한 목소리 낸 다보스 정상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0시 00분


스위스 다보스의 2018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각국 정상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4일(현지 시간) 특별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해답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가 더 큰 분열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최근 강화되는 보호무역 움직임을 경고했다.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내리며 보호무역을 강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반(反)트럼프’ 연대에 나선 모양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발사체계) 배치에 대해 무역보복을 자행했던 중국 대표까지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한다”고 트럼프 비판 대열에 합류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정상들의 대응은 일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에 대해 블룸버그는 “이러한 조치들은 항상 보복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성장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장 LG전자가 미국 내 세탁기 가격 인상을 가시화하면서 보호무역 피해가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약화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할수록 달러화의 기축통화 기능이 약화되는 등 오히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손상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시간으로 오늘 밤 예정된 포럼 폐막 연설에서 여전히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 무역질서를 미국 뜻대로만 움직이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프랑스는 유럽과 러시아, 중국을 잇는 무역루트 구축에 나섰고, 중국은 한국 호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동맹과 함께하고 세계와 맞물려 돌아갈 때 미국이 더 강해질 수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하기 바란다.
#스위스 다보스#2018 세계경제포럼#한국의 사드 배치#미국우선주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