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홍진옥]새 교육정책, 현장과 먼저 소통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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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옥 전 인제대 영어교육과 교수
홍진옥 전 인제대 영어교육과 교수
교육부가 3월부터 어린이집 영어 방과후 수업을 금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내 방과후 영어 수업이 금지되므로 유치원생도 영어 교육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육 수요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정책은 실패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 개혁은 교육 현장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당사자인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치는 과정이 필수다.

만일 방과후 유아 영어 교육이 금지되면 서민 자녀들은 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영어 수업을 받아야 한다. 반면 부유층 자녀들은 평소처럼 고액 영어 과외나 유치원 영어 수업을 계속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영어 수업 금지 정책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학부모들의 교육 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스웨덴의 경우 유아 영어 교육은 집에서 아이가 독서를 하거나 비디오 등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긴다. 한국에서는 옆집 아이가 학원에 가므로 내 아이도 보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교육 정책을 비판하기에 앞서 불필요한 경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바뀐 교육 정책을 당사자들이 제대로 적용할 수 없을 경우 그 정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교육부는 이전에도 수능 절대평가 실시를 계획했지만 여론 반발에 부딪혀 1년 뒤로 미루기로 번복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학부모와 교사들에게서 적용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거나 합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설익은 교육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의 실태를 조사하고 검토하는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교육부 내에 현장 교육 전문가를 많이 등용하여 새로운 교육 개혁안을 발표하기 전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이번 유아 영어 교육 금지 발표 후 거센 학부모들의 반발과 같은 현상은 없을 것이라 본다.

홍진옥 전 인제대 영어교육과 교수
#교육부#어린이집 영어 방과후 수업금지#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교육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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