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주성원]결혼 계급 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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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독신이나 노총각, 애인이 없는 사람을 나무 막대기에 비유해 ‘광군(光棍)’으로 부른다. 중국에서는 특히 농촌 지역의 노총각, 광군이 심각한 사회 문제다. 개혁개방 정책으로 농촌과 도시 지역의 생활수준 격차는 벌어지는데, 한 자녀 정책과 남아 선호로 남녀 성비 불균형까지 생기다 보니 농촌으로 시집오겠다는 처녀들이 사라지는 탓이다. 돈이 없어 결혼 못한 농촌 총각이 줄을 섰다. 2020년 중국 노총각이 35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반면 인도에서는 여자가 돈이 없으면 시집을 못 가는 경우가 많다. 인도에는 신부 가족이 신랑 가족에게 ‘다우리’라는 지참금을 주는 풍습이 있다. 지참금이 적다며 신랑이 신부를 폭행하는 일도 있다. 가난한 집에서는 딸이 부모 부담을 덜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태아 성별 검사를 한 뒤 낙태하거나 갓 낳은 딸을 살해하는 악습도 생겼다. 인도의 남녀 성비는 여자 100명당 남자 111명으로 자연 상태인 100 대 105보다 남자가 많다. 1961년 결혼 지참금을 법으로 금지했지만 여전히 일부 지방에 남아있는 폐습이다.

▷‘결혼 격차(marriage gap)’라는 말이 있다. 생활수준이 높고 교육을 잘 받은 젊은이들이 그렇지 않은 계층보다 결혼 비율이 높고 이혼 비율이 낮아 견실한 가정을 꾸릴 확률이 높다는 데서 나왔다. 부와 교육이 대물림되면서 계층 간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고졸 학력 미국인 중 결혼한 비율은 약 50%인 데 비해 대졸 학력 미국인은 65%가 결혼한다. 1990년대보다 고졸 결혼 비율은 약 13%포인트 떨어진 데 비해 대졸 결혼 비율은 4%포인트만 낮아졌다.

▷통계청이 집계한 올 10월 국내 혼인신고 건수는 1만7400건으로 역대 최저다.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의견이 42.9%나 된다. 특히 소득이 적은 신혼부부 비중은 줄고 소득이 많은 신혼부부 비중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결국 돈 없으면 결혼을 안 한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결혼 안 하고 아이 안 낳는 나라가 ‘결혼 계급 사회’까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주 성 원 논설위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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