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재로 굶주리는 北주민, 김정은에 비수 들이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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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우리 시간으로 오늘 오전 북한에 경유와 등유 등 석유정제품 반입을 90% 차단하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처리한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에 대응한 추가 제재다. 결의안이 통과되면 북한에 반입되는 석유정제품과 원유는 반 토막으로 줄고, 중국의 대북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 외에 해상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공급되는 원유에 대한 감시망도 강화된다.

이번 제재는 석유정제품 반입을 대폭 제한하면서도 원유 공급은 차단 또는 감축하지 못하고 현 수준인 연간 400만 배럴로 상한선을 정하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 원유에 대해서도 단계적 제재에 나설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의 반대로 손대지 못했던 북한 정권의 ‘생명줄’까지도 막을 수 있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기존 제재도 더욱 강화한다. 북한 해외 노동자의 신규 허가를 금지했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미 파견된 노동자도 12개월 내에 돌려보내도록 했다.

이번 제재가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결의 2375호의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지만 북한을 응징하고 추가 도발을 막는 데는 크게 미흡한 게 사실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외교적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1일에도 노동당 세포위원장 대회를 열어 ‘핵무력 완성’을 과시하는 내부 선전전을 벌였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미국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 급부상했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핵무기를 가졌다고 해서 헐벗고 굶주린 주민들이 과연 지금의 체제를 자랑스러워할까.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 주민의 삶도 더욱 피폐해질 것이고, 끓어오르는 불만은 결국 김정은을 향한 비수가 될 것이다.
#유엔#유엔 안전보장이사회#대북제재#석유정제품 반입 제한#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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