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16년 중앙부처별 징계부과금 수납내역’에 따르면 공무원 징계부과금 징수결정액 63억3900만 원 중 검사를 비롯한 법무부 소속 공무원에게 부과된 징계부과금이 23억3200만 원으로 전체의 37%나 됐다. 하지만 6월까지 납부한 금액은 1억800만 원(4.6%)에 불과했다. 다른 사정기관인 국세청과 경찰의 경우도 소속 공무원에게 각각 18억8900만 원과 12억6500만 원의 징계부과금이 매겨졌지만 징수율은 1, 2%밖에 안 됐다.
정부는 지난해 일반 국민에게 부과한 벌금과 몰수금, 과태료 4조8407억 원 가운데 86%에 해당하는 4조1693억 원을 거둬들였다. 국민에겐 법 집행에 엄격한 반면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 직원들을 봐줬다는 얘기다. 고교 동창과 스폰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건 처리를 돌봐준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법원 선고와 별도로 검사징계위원회로부터 8928만 원의 징계부과금을 받았지만 확인 결과 아직까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게임회사 넥슨으로부터 받은 주식 대박으로 100억 원대 수익을 거둔 진경준 전 검사장에겐 징계부과금 1015만 원이 내려졌지만 그 또한 납부 실적 제로다.
징계부과금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공무원의 금전과 물품, 향응 수수, 공금 횡령 등 금품 관련 비위에 대해 징계 처분과 별도로 수수액과 횡령액의 5배 이내에서 부과되는 벌금이다. 법무부는 “구속수감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람이 많고, 파면·해임된 경우 재력 부족으로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일반 국민들에겐 ‘재력 부족’이라고 봐준 적이 있나.
국민이 내는 벌금은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연체료가 꼬박꼬박 붙어 납부액이 늘어난다. 벌금을 못 내는 상황이라면 교도소에서 노역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의 징계부과금은 납부기한을 넘겨도 별도 불이익 없이 징수 권한만 국세청으로 넘어갈 뿐이다. 엄정한 법질서를 확립하고 부정부패 척결의 보루가 돼야 할 사정기관이 제 식구만 봐주기로 나간다면 누가 법 집행에 승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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